미국 메릴랜드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딕 세이버트는 요즘 포도밭을 2배로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구하느라 분주하다. 2006년 콩밭을 포도밭으로 바꾼 뒤 매년 적자를 냈지만 '조용한 파트너'가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미 8000달러를 대준 메릴랜드 주정부가 추가 지원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미국에서 10여년 전만 해도 와이너리에 자금을 지원하는 주정부는 손꼽힐 정도였지만 지금은 50개 주정부가 모두 '조용한 파트너' 역할을 한다"며 "덕분에 알래스카 13곳 등 모두 6600여개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75년만 해도 미국 내 와이너리는 574곳에 불과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와이너리는 보통 수익을 내는 데 20년 이상 걸리지만 주정부 관료들은 와이너리 투자를 '스마트투자'로 본다"며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주세 수입을 늘리고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버지니아의 와이너리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지난해에만 100만명을 웃돌았다. 텍사스가 올해 와인 업계 지원 규모를 2005년의 9배 수준인 230만달러로 늘린 배경이다. 연방정부도 와이너리 지원에 가세했다. 고속도로를 보수해 콜로라도의 특정 와이너리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9000달러를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미 와인산업을 떠받치는 또 다른 후원자(?)는 각종 투자펀드와 중국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팜랜드매니지먼트서비스는 보스턴의 한 투자회사를 위해 와이너리를 비롯 땅콩 농장 등 3만에이커에 달하는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팜랜드매니지먼트서비스의 칼 에버스는 최근 포도밭에서 연기금과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작황 브리핑을 했다. 이 같은 현장 브리핑만 올 들어 네 번째다. 월가의 롤러코스터(가격 급변동)에 질린 투자자들이 농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LA타임스)는 최근 트렌드를 보여준다. 뉴욕에 있는 옵티마펀드매니지먼트는 연말까지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추세가 와이너리의 새 자금원이 된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부자나 펀드만이 아니다. 와이너리 등 농장이 많은 캘리포니아에는 스페인 스위스 이집트 이란 등지의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농장은 캘리포니아 전체 농장의 5%인 108만에이커에 이른다. 2007년의 2배 수준이다.

여기에 중국도 가세했다. 중국은 투자자 및 소비자로 미 와인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준다(유에스에이투데이).와인산지인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지난 9월 중국 투자자들이 600만달러를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중국의 미국산 와인 소비는 지난해 630만ℓ로 지난 5년간 4배 증가했다. 미국의 와인 수출이 지난해 9.5% 감소했지만 중국으로 선적된 와인은 늘었다. 세계 투자와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중국의 힘이 미 와인산업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막걸리를 와인산업처럼 키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지방자치단체와 펀드 그리고 중국 변수를 막걸리산업 생태계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볼 만하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