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기공은 최근 미국 최대의 2차전지 제조업체인 A123시스템즈에 극판 제조설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설비 수주액은 100억원을 크게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박극준 이사(북미사무소 대표)는 "지난달 A123시스템즈 관계자들이 태성기공 평택 본사를 방문해 최종 공급승인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현재 미시간주에 있는 극판생산공장에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장비를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A123시스템즈는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출신들이 2001년에 세운 2차전지 제조사다.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에 쓰일 2차전지 공급을 놓고 LG화학과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던 곳이다.
태성기공은 1996년에 설립된 회사로 PDP용 설비와 화학공장 설비를 주로 만든다. 이번에 이 회사가 A123시스템즈에 공급하는 것은 2차전지를 이루는 핵심 부분인 극판에 전기적 성격을 갖게 하는 리튬 화합물을 코팅하는 설비다. 리튬 화합물을 일정 비율로 섞어 최상의 전기적 특성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극판 제조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설비 중 하나로 꼽힌다.
태성기공의 이번 A123시스템즈 설비 공급이 주목받는 것은 그동안 일본 업체들이 독점해왔던 2차전지 극판용 믹싱장비 시장을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뚫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이 설비를 만드는 곳이 없어 삼성SDI와 LG화학 등 2차전지 제조사들은 일본제 믹싱설비를 수입해 사용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전 세계 믹싱장비 시장은 히타치,도레이,아사다 등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일본 기업들이 독차지해왔다"며 "하지만 이번 A123시스템즈의 믹싱설비는 80%를 태성기공이 제작했으며 나머지 20%만 일본 업체가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성기공은 A123시스템즈에 이어 캐나다 2차전지 제조사인 매그나(MAGNA)에도 믹싱설비를 공급했으며 미국 화학업체 다우케미컬에도 관련 설비를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에 따라 작년 40억원에 불과한 매출도 올해 200억원을 넘고 2013년엔 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표인식 대표는 "국내 2차전지 산업이 일본을 맹추격하면서 중소기업들이 맡는 2차전지용 설비산업도 수출 효자 종목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선진국의 특허 장벽을 넘고 기술역량을 강화해 대기업 못지않은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