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체코 기업문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접대문화라고 할 수 있다. 체코에서 비즈니스 상담을 하다 식사시간이 돼도 체코 파트너로부터 식사를 하자는 제의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체코 경제인을 처음 접하는 경우 상당히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뭔가 상담이 잘못돼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혹은 이번 거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 아무런 낌새도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상담에 열중한다. 당황하거나 실망하지 말고,체코의 기업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로 삼으면 된다.

체코 기업들은 일반적인 업무추진비라는 개념이 없다. 체코에서 회삿돈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회사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체코 기업을 방문해 상담할 때 사내식당 정도에서 대접받는 것도 그나마 특별한 경우라고 봐야 한다.

만일 체코 기업인에게서 정중한 식사 초대를 받았고,거래에 마음이 있다면 무조건 응하는 게 정답이다. 이미 거래 성사의 8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봐도 무방하며,적어도 파트너 측에서 먼저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체코인들은 매우 현실적이지만 신중하고 보수적이다. 수치적인 이익보다는 신뢰감을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편이므로,함께하는 식사가 마지막 관문이 될 수도 있다. 여느 서구사회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와 개인생활은 철저히 구분돼 있어 그들과 터놓고 지내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하나 체코인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펍(pub) 문화다. 체코 여론조사 기관인 CVVM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분의 3이 사교생활의 중심으로 꼽는 장소가 펍이다. 친구와의 친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왁자지껄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라는 응답도 많았다. 이곳에서는 맥주 한잔이면 누구나 친구가 된다. 진정한 체코를 만나는 장소다.

상대방을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진정한 친구로 만들려면 펍을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라.열이면 아홉은 기꺼이 자기가 맥주값을 내겠다며 흔쾌히 안내할 것이다. 당신을 초대한 파트너를 친구들 앞에서 한두 번 띄워주고,정말 체코가 마음에 들고,좀 더 알고 싶다고만 하면 만사 끝이다. 다음에 받는 이메일이 'Dear'가 아닌 'Hi'로 시작하면 체코 비즈니스는 완성된 것이다.

체코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최소한 맥주는 마실 수 있고,맥주를 사랑하는 척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맥주 없는 체코는 상상하기 어렵다. 체코 남성의 90%,여성의 50%가 맥주를 즐겨 마신다. 연간 성인 1인당 맥주 소비량이 160ℓ로 세계 최고다. 황금빛 맥주 제조기술의 본고장이라는 자부심과 체코인들의 맥주 사랑은 시대가 변해도 식을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