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 개발(R&D)센터 설립을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존 필러 비코(VEECO) 회장(57 · 사진)은 "내년 5,6월께 글로벌 LED(발광다이오드) 산업이 다시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코는 LED 제조 공정에서 핵심장비로 꼽히는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분야의 세계 최대 기업이다.

필러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LED 공급 과잉 논란은 TV용 BLU(백라이트 유닛) 시장이 주춤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주요 고객사들의 생산 계획을 고려해 보면 내년 늦은 상반기(5,6월)쯤 전 세계 LED 경기가 다시 호황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에 글로벌 R&D센터를 짓는 배경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향후 LED산업을 주도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삼성,LG는 TV 등 LED가 쓰이는 최종 제품까지 생산한다"며 "이것이 한국 LED산업의 최대 장점"이라고 했다. 한국은 비코 제품 147대를 포함,총 334대의 MOCVD를 보유해 대만(170대),중국(160대),일본(150대) 등에 멀찌감치 앞서 있다.

그는 "한국 기업에 한수 배웠다"고도 말했다. "LG이노텍,삼성LED,서울옵토디바이스 등 한국 고객들은 늘 변화와 발빠른 대응(fast response)을 원한다. 고객 바로 옆에서 최신형 장비를 공급하기 위해 글로벌 R&D센터를 한국에 두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코는 R&D센터 설립을 계기로 한국에 공장을 두고 주요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필러 회장은 향후 한국 LED산업의 가장 강력한 적수로 중국을 꼽았다. 그는 "중국 정부가 에너지 수요 급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ED산업을 정책적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며 "당장은 내부 수요에 대응하는 데 주력하겠지만 조만간 수출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필러 회장을 비롯,비코 경영진은 지난달 27일 파주에서 열린 LG이노텍 파주 생산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내년 용인 죽전디지털밸리에 건설할 예정인 R&D센터는 3~5층 건물로 고객사와 차세대 기술에 관한 공동 연구뿐 아니라 장비에 들어갈 부품 소재를 국산화하는 연구작업도 수행할 예정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