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지산업은 크게 인쇄용지,백판지,골판지,특수지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도 인쇄용지가 전체 산업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이 부문에서 경쟁하고 있다.

시장 1위 사업자인 한솔제지는 지난해 2월 아트원제지 인수를 완료했다. 한솔제지의 아트원제지 인수는 지난 10년간 진행됐던 아트원제지의 새 주인 찾기 작업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제지산업의 구조조정이 완결됐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국내 인쇄용지 생산능력은 연간 295만t이다. 한솔제지는 아트원제지의 인쇄용지 사업 부문 인수를 통해 기존 75만t 설비에 52만t 설비를 추가,총 127만t의 설비를 보유한 최대 생산업체가 됐다. 수입지 시장을 제외하면 생산시설 기준으로 약 40%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구조조정 거친 인쇄용지 업계

국내 인쇄용지 업계는 그간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시달리면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2007년 상반기 계성제지와 아트원페이퍼의 일부 설비(약 13만t)가 폐쇄된 이후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남한제지(계성제지)까지 2008년 하반기 가동을 중단했다. 남한제지의 연간 생산 능력은 약 28만t으로 국내 생산 설비의 10%가량을 차지해왔다. 이 회사의 생산제품 대부분이 내수 출하용임을 고려할 때 사실상 2007~2008년 사이에 국내 수요의 약 20%에 해당하는 공급 감소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인쇄용지업계는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여왔고,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선제적 대응으로 효과적으로 대처해왔다. 때마침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한 덕분에 제지 원료가격도 하락하면서 원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내 인쇄용지업체들의 수익성도 빠르게 개선됐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 7월 t당 800달러에 거래되던 국제 활엽수 펄프가격은 40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으며,그동안 환율 상승으로 다소 더디게 나타났던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는 환율 안정으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고 전 세계 자원의 '블랙 홀'인 중국이 펄프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400달러까지 하락했던 펄프가격은 올 상반기에 800달러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중국의 펄프 구매량은 전년 대비 57.3% 급증한 1262만t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계 펄프 생산 상위 20위권 국가들의 펄프 출하가 전년 대비 12.9% 감소한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중국의 펄프 사재기 현상은 펄프 수입가격과 자국 내 유통가격이 차이가 나는 현상을 이용,수익을 창출하는 중국 펄프 유통상의 투기적인 구매 등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이런 구매행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펄프가격이 급락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의 전례 없는 펄프 사재기는 지난해 12월부터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월평균 105만t을 수입했지만 12월부터 90만t 수준으로 수입량이 줄었다. 이는 국제 펄프가격 급등으로 재고 확충 필요성이 사라진 데다,중국 내 펄프 유통가격이 국제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투기세력들도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세계 경기 회복의 측면에서 볼 때 펄프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해 4월 80%까지 하락했던 펄프업체들(세계 20위권)의 공장가동률이 이미 평년 수준까지 회복됐고,칠레 지진에 따른 피해 설비 복구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향후 경기 회복에 따른 펄프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 증가로 펄프가격 급등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

◆일관생산공장 가동하는 무림P&P

무림P&P는 내년 4월부터 일관생산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판할 예정이다. 무림P&P는 일관생산설비를 갖추게 돼 경쟁사에 비해 15% 이상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제품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무림P&P의 가격 경쟁은 결국 모기업인 무림페이퍼의 실적 악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어 제품가격 인하 경쟁은 일정 수준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판단된다.

증설에 따른 최악의 업황을 가정해도 무림P&P는 일관생산공장 덕에 경쟁사들보다 우월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림P&P의 증설로 제품가격이 모기업인 무림페이퍼의 영업이익이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까지 하락할 경우,제품가격은 t당 103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 무림P&P를 제외하고 기존 인쇄용지 설비들의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펄프업체들의 가동률 정상화와 경기 회복에 따른 펄프 수요 증가 등으로 펄프가격은 지난 6월 800달러를 정점으로 다시 하락 전환,3분기 평균 9% 하락한 730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환율 하락세 덕분에 제지업체들의 4분기 수익성은 단기적으로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무림P&P의 증설로 인한 인쇄용지 공급물량 증가로 단기적으로는 업체들 간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 내년에는 제지산업 전반에 걸쳐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