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에 이어 러시아와 일본 간에도 영토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은 중 · 일 간 영토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긴박하게 진행되는 이런 기류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일본 교도통신은 1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쿠릴열도 가운데 하나인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최고지도자의 쿠릴열도 방문은 옛 소련시대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정부는 일본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영토임을 재천명하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로 메드베데프의 쿠나시르 방문을 준비해왔다.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북방영토가) 우리의 고유 영토라는 입장은 일관된 것으로 그 지역에 (러시아) 대통령이 왔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 · 일 갈등에 이어 남중국해의 남사군도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동남아의 갈등도 심화된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은 미 · 일 안보조약을 근거로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동남아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나서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동남아국을 순방하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오는 6일부터 인도네시아 인도 등을 찾아 정치 · 경제적 협력체제 구축을 모색한다.

이에 맞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비슷한 기간에 캄보디아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국가를 찾기로 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 "센카쿠열도는 미 · 일 안보조약의 적용대상 지역"이라고 말하자 "미국은 경거망동해서는 안된다"(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고 경고하는 등 양국 관계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지역에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 · 일,미 · 동남아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고 러시아와 일본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공조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의 외교전문가는 "영토문제는 국가의 자존심과 경제적 이해가 모두 걸려 있는 것으로 양보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열흘 앞으로 다가온 G20 서울회의에서 이 문제가 국제적 협력의 틀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