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자동차 마니아는 물론 차도둑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미국 차가 있다.GM의 고급 SUV 모델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주인공이다.그 불명예의 이유가 최근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고 US투데이 등 주요 미국언론들이 1일 보도했다.

차도둑들이 에스컬레이드를 ‘사랑하는’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우선 조립구조가 단순해 훔치기 편리한 데다,해체가 쉽고,최근 스포츠레저용으로 인기있는 SUV다보니 부품수요도 많기 때문이다.훔치는 수법도 단순하다.운전석 옆자리 유리창을 살짝 부순 뒤,기어를 중립으로 놓은 채 다른 차량으로 인근 ‘해체소’로 끌고 가면 그만이라는 것.회사가 암호화된 키박스를 채택하는 등 첨단 도난방지 시스템을 설치,외부 전선을 끌어다 엔진시동을 거는 일종의 ‘핫-와이어’수법은 철저하게 막았지만 고전적인 수법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인근 자동차 분해소로 옮겨진 차량은 완전분해에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자동차 전문지인 자롭니크닷컴은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급 도둑은 약 14초면 에스컬레이드를 유유히 끌고 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첨단 전자보안장치에만 신경쓰다 보니 의외의 허술한 점을 남겨둔 것이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고속도로차량분실조사기관인 미국 HLDI조사에 따르면,2007년~2009년까지 3년간 미국 고속도로에서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 모델은 100대 가운데 1대꼴로 도난을 당해 전체 도난 차량 모델 가운데 1위에 올랐다.‘도둑들이 가장 싫어하는 차’는 도요타의 프리우스로 이 기간 단 한대의 차도 도난당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프리우스가 도난율이 낮은 것은 해체가 복잡한 하이브리드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