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모듈 업체들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모듈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차세대 유망 업종으로 떠오르던 모듈 업체들이 영업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태양전지 등 원재료 가격 상승세까지 겹치면서 일부 업체들은 모듈 가격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팔면 팔수록 적자 규모가 커지는 셈이다. 태양광 모듈 시장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면서 특히 재료 공급망과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실적 악화로 고통받고 있다.

◆태양광 모듈업체 줄줄이 적자

2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태양광 모듈 업체들은 지난해 줄줄이 적자 전환한 데 이어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하다. 비교적 우량 중견 모듈업체로 꼽히는 경동솔라도 지난해 47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적자를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작년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매출원가(514억원)가 매출(508억원)을 웃돌았다. 설립 후 매년 6~7% 선의 안정된 영업이익률을 보이던 심포니에너지도 지난해 3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들 업체는 그나마 고정 거래처를 갖고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다른 국내 중소형 모듈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모듈업체의 발목을 잡는 것은 모듈 공급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모듈 평균 판매가는 와트당 2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태양전지 공급가는 오름세를 이어가며 1.4달러 선까지 육박했다. 태양전지를 모듈로 만드는 추가 재료 가격이 0.4달러 선인 점을 감안하면 업체들의 손에 남는 수익은 거의 없다.

한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모듈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대기업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 등 모듈 생산을 위한 원재료 조달 및 생산 과정이 수직 계열화돼 있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의 입지가 좁다"며 "상당수 중소기업이 대기업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통한 소위 '인건비 따먹기'에 의존하면서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화,글로벌화가 해법

중견 모듈업체의 실적 악화 속에서 선전하는 회사들도 있다. 에스에너지가 대표적이다. 에스에너지는 지난해 매출 47%,영업이익은 228% 급증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일찍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해 브랜드 인지도를 키웠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모듈업체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1,2,3그룹으로 나뉘며 통상 1그룹이 2그룹보다,2그룹이 3그룹보다 15% 정도 높은 가격을 받는다"며 "에스에너지는 기술력과 제품의 내구성을 인정받아 해외에서 1~1.5그룹의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일반 모듈과 차별화한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에스에너지의 경우 사막용 모듈,해상용 모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이익률을 높이고 있다. 해성쏠라도 규모는 작지만 자동차 선루프용 모듈,발광소자(LED) 모듈 등의 연구개발을 통해 입지를 다진 사례로 꼽힌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 태양전지 모듈

태양전지 공정은 폴리실리콘에서 시작된다. 폴리실리콘을 정제해 잉곳을 만들고 이 잉곳을 잘라 웨이퍼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태양전지가 만들어진다. 태양전지 모듈은 여러 개의 태양전지를 패널형태로 붙여 만든 발전장치다. 이 때문에 태양전지 가격이 전체 모듈 가격의 70~80%가량을 차지한다. 최근 중국이 저가 제품을 쏟아내며 국제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