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동의 11월 국내 판매 기준가격이 2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이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달러 공급량을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을 이어가면서 대표적인 비철금속 투자상품인 전기동 국제가격이 t당 8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아연의 이달 국내 출하 기준가격도 지난달에 비해 5.5% 오르며 4개월 연속 상승했다.

비철금속 판매 기준가 인상으로 황동 순동코일 등 전기동 관련 제품 가격도 최고 4%가량 올랐다. 알루미늄 가격도 t당 11만원씩 인상됐다.

◆전기동 국내 판매가 사상 최고치 경신

국내 유일의 전기동 제련업체인 LS니꼬동제련은 이달 전기동 괴(塊 · 덩어리) 판매 기준가격을 지난달보다 3.4% 높은 t당 965만원으로 고시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기동은 2개월 연속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기동 국내 출하가격은 지난달 2년4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최근 전기동 국제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런던금속거래소(LME) 평균 가격이 t당 8292달러(3개월물)로 전달에 비해 6.4%나 오른 것이 국내 판매가 인상의 최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자동차 및 가전용 강판의 도금재료 등으로 쓰이는 아연괴 판매 기준가격을 지난달보다 5.5% 오른 t당 293만50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9월 t당 2151달러였던 LME 평균 아연 가격이 지난달 2372달러(3개월물)로 10.3% 급등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그나마 달러당 원화 환율이 9월 평균 1167.01원에서 지난달 1123.45원으로 떨어져 국내 가격 인상폭이 국제시세 상승률보다는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스프링용 청동 등 최고 4% 인상

전기동 출하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동 제품 가격도 크게 뛰었다. 풍산은 제품별 11월 판매가격을 최고 4% 인상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전기동만을 사용하는 순동코일(0.5T 기준) 가격은 지난달보다 t당 2.7% 오른 1180만원으로 책정됐다. 전기동과 아연을 혼합한 '황동 2종'도 t당 954만원으로 2.8% 올랐다.

지난달 주석의 LME 평균 가격이 t당 2만6300달러를 넘어서며 큰 폭으로 뛰어오르자 전기동에다 주석을 섞어 만드는 스프링용 인청동(燐靑銅) 가격은 t당 1408만원으로 4.0%나 뛰었다. 전기동과 니켈 아연 등을 혼합한 스프링용 양백(洋白 · 구리합금)은 t당 1375만원에서 1403만원으로 높아졌다. 건축용 동관 제품도 t당 32만1000원 인상됐다.

알루미늄 가격 인상폭도 컸다. 조일알미늄은 1000계열 제품은 t당 435만원,'3003'은 440만원,'3004'는 445만원,'5005'는 445만원,'5052'는 455만원으로 11만원씩 상향 조정했다.

이종호 이트레이드증권 해외선물팀장은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비철금속 가격은 산업 수요보다 금리 환율 등 금융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미국의 추가적인 달러 방출 규모와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금리 인상 등에 따라 전기동 등의 가격 움직임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철수/심성미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