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검찰의 기업 수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며 수사를 조속히 매듭지어 달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 불거지고 있는 감세철회 논란에 대해서는 '정치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2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범죄 사실이 분명한 기업과 기업인들의 처벌은 필요하지만,'아니면 말고'식 수사는 기업의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수사를 이른 시일 내에 끝내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가 태광 한화 등 검찰의 기업수사와 정치권의 감세철회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검찰 수사 끝이 안 보인다"

이 부회장은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 확대되면 언제 어떻게 수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될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받는 기업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브랜드 훼손과 신용도 하락은 물론 신규 거래 및 사업 계약에도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현장에서 기업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상 이상"이라며 "기업 전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는 바로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한화 제약 계열사와 관계사 등 4곳을 압수수색한 것을 포함, 올 들어 모두 6차례에 걸쳐 한화그룹과 계열사 사무실을 뒤졌다. 이 과정에서 인사와 재무 등 한화그룹의 핵심 기능이 사실상 멈췄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조사를 시작으로 5개월째 사정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다"며 "언제 수사가 끝날지 기약이 없다는 게 더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정상적 기업 활동이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조세정책이 포퓰리즘에 휘둘려"

법인세 인하 철회논란에 대해 이 부회장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2008년 말 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던 것을 작년 말 국회에서 2년간 유예한 것"이라며 "조세정책마저 정치논리에 입각한 포퓰리즘에 휘둘리고 정책일관성이 없다면 국가 경제 전체가 매우 어려운 국면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감세 논란은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반(反)기업 정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일본,대만 등 경쟁국가만 무릎을 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폐지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부회장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시점에서 투자 위축을 가져와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기업들이 설비 확충을 위해 투자한 금액의 7%를 세금에서 빼 주는 제도로 일몰 시한이 올해 말까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600대 기업의 투자가 지난해보다 33.2% 증가한 106조609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투자 증가가 반갑지만은 않다"고 논평했다. 올해 이뤄지는 시설투자 중 상당부분이 정부가 임투세액공제를 폐지할 것에 대비한 것인 만큼 내년 이후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는 게 전경련 설명이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감세정책을 포함한 친(親)시장정책은 한나라당이 집권 전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항"이라며 "최근의 움직임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인 동시에 국민들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FTA 비준동의안 등 국회 통과해야"

엔고(高)시대를 맞아 일본을 떠나고 있는 일본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노사관계가 안정되고 외국인 유인책이 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일본 투자 유치의 호기"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전경련,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경총 등 경제 5단체는 이날 올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10대 핵심법안을 선정해 국회와 각 정당에 전달했다. 주요국과의 관세 철폐를 골자로 한 한 · 유럽연합(EU) 및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상속 및 증여세율 인하를 규정한 상세 · 증여세법 개정안 등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10대 법안으로 꼽았다.

이정호/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