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사회가 화두가 되면서 친서민 지원정책과 대기업의 책임이 부쩍 강조되고 있다. 반쪽짜리 공정 논의이지만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체 기업의 99%,종업원의 88%를 차지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역할과 대응에 대한 접근은 미흡한 면이 많다. 산업화 시대에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규모가 작은 상대적 약자로서 여겨졌다. 그러나 21세기 지식정보화 및 창의감성 사회에서 중소기업은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산학연 협력을 통한 개방형 혁신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대기업과 1 대 1의 대등한 관계에 서는 파트너다.

산학연 협력사업은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공공 · 연구기관,그리고 산업체가 상호 협력하는 활동으로 기술개발,인력양성,기술이전 등 기업경영의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교육과학기술부,중소기업청 등 정부 10개 부처에서 산학연 협력사업에 6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다. 분야별로는 기술개발 4조6000억원,인력양성 7000억원,인프라 구축 8000억원,기술이전 600억원,창업 활성화 400억원 등이다. 중기청을 제외한 정부부처들은 국가적 성장동력 확보,산업 인프라 구축 등의 목적 아래 대 · 중소기업 구분하지 않지만 중소기업청은 자체 혁신역량이 미흡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공정성의 목표를 두고 있다.

중기청이 추진하는 기술개발,기술이전,인프라 구축,창업 활성화 등 산학연 협력사업 안에 인력양성 사업은 없고 창업지원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업집행은 산하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한국산학연협회,창업진흥원 등이 한다. 이 중 한국산학연협회는 자체 연구소가 없는 중소기업들이 대학,공공 · 연구기관 등과 협력해 공공 · 연구개발 및 시험장비 이용 등을 수행하는 핵심 고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중기청 산학연 협력사업은 연구개발 927억원,기술이전 200억원,인프라 구축 376억원,창업활성화 386억원 등 1889억원으로 전체 예산 6조2000억원 대비 3.1%에 불과하다. 다른 정부부처의 산학연 협력사업 지원대상에 중소기업이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산학연 협력사업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자체 혁신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학 및 공공 · 연구기관과 같은 외부 혁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네트워크형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융복합화시대의 핵심 경쟁우위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연구개발은 기업 경쟁우위의 핵심 요소이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자본,인력,장비,특허,정보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기업 산학연 협력사업과 같이 공정사회의 다른 한 축인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에 예산 지원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필자는 중소기업 산학연 협력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확대가 공정사회 이슈와 연관된 핵심 사안임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공정해지기 위해서는 한정된 정부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예산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1993년부터 올해까지 중소기업 산학연 협력사업을 통해 3만769개의 소규모 중소기업이 연평균 200개 내외의 대학 · 연구기관과 협력해 7228건의 특허와 1만9404건의 시제품 제작 등의 성과를 거뒀다.

중소기업 산학연 협력사업이 그동안 양적으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현장 수요에 맞는 질적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할 점도 있다.

첫째,한국산학연협회의 조직 및 기능을 개편해 중소기업 중심의 산학연 간 기술협력을 연계하고 정부정책을 현장에 제때 공급할 수 있는 '기술협력 연계 전문지원기관(가칭 중소기업 한국기술협력재단)'으로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전국 각 지역별로 산학연 간 기술협력이 지역 내에서 유기적으로 융합 수행되도록 현재의 한국산학연협회 16개 지역별 협의회를 지역별 기술협력 연계 전문지원조직으로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현재 정부 예산이 기술개발을 위한 조사,연구에서 사업화단계까지 특정 기관과의 협력에만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기관과도 전략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력 네트워크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셋째,중소기업의 경우 기술개발에서부터 생산,마케팅까지 경영활동 전 부문에 걸쳐 산학연 협력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중요하다. 따라서 산학연 간 멘토링 시스템 구축사업,기술인력 리스사업,제품기술 로드맵 구축사업 등 시장 수요를 반영한 '시장친화형' 혁신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하도록 중소기업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 전체 예산의 3% 수준에 머물고 있는 중소기업 산학연 연계 예산을 늘려야 한다. 이는 중소기업 기술개발 및 이전,사업화의 활성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창업활성화를 통한 국민경제상 고용창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