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굳건히 유지됐던 국내 주택시장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가격은 금년 들어 중대형을 중심으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8 · 29 부동산대책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보금자리 주택공급 정책 수정 등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은 여전하다.

현재의 주택시장 침체는 대부분의 가계빚이 주택 등에 기반을 크게 두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가계부채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시해야 한다. 사실 국내 가계들이 2000년대 들어 초저금리 아래서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거나,소유 주택을 담보로 금융기관 차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가계신용은 2009년에 45조4000억원이,올 상반기에는 21조1000억원 늘어나 지난 6월 말 현재 75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의 143%보다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다는 영국 수준을 향해 점점 다가가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현재 제1금융권인 은행의 건전성이 유지되고,비교적 빠른 경제회복을 보이고 있어 급증한 가계부채가 아직 큰 문제를 일으킬 만큼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돼 가계 재무구조가 악화될 경우 가계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물가급등에 따라 금리가 상승할 경우 대부분 변동금리인 현행 대출구조 하에서 이자지급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국내외 경제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른 시일 내에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겠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금리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자 부담 증가와 더불어 그동안 금융위기로 유보된 거치기간 이후의 원금상환이 본격화될 경우 차입 가계의 원리금상환부담률(DSR)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계들은 부채 상환을 위해 그나마 갖고 있던 금융자산을 매각하거나 소비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고,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으로 주택에 대한 시장위험이 높아진 금융회사의 부실화가 전체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정책당국과 금융회사들은 사전에 적절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가계 부채 부담을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첫째, 통화당국은 비록 물가 급등 등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출구전략 수행에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다. 급격한 출구전략의 동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선제적이면서 미시적인 물가관리가 중요하다.

둘째, 아파트 공급자가 입지 조건과 수급 상황에 맞는 시장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함으로써 미분양아파트 물량을 축소해야 한다. 시행사 시공사 입주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한걸음씩 뒤로 물러나 미분양아파트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선분양 제도 등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금융권 대출의 만기구조를 미국 상업은행의 프라임모기지론 정도로 20~30년 장기화해 매월 차입자가 조금씩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각 금융기관들이 가계 부채를 서로 빨리 회수하려 할 경우 결국 전체 금융회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 중장기적으로는 고령화 및 핵가족화 등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해 수급불균형에 따른 주택시장 불안현상이 재현되지 않도록 유도하고,노후주택 개선 등을 통해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에도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박덕배 <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