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퍼트롤] SBS '자이언트' 옥에 티는?…M&A 전문가 "작가들 교육받아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에서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장면이 있었다.
한 대형 건설사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두 명의 주인공이 임시주주총회에서 한 판 표대결(지분대결)을 펼친 것이다. 한쪽이 회사 지분 55%를 확보,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순간 열세에 놓였던 다른 주인공이 반전을 이끌어 낸다.
당시 시청자들은 해당 드라마 게시판에 '놀라운 반전이다' '반전에 소름이 돋았다' '자이로드롭 드라마다' 등 잇단 호평을 쏟아냈다.
대부분 국내 드라마엔 이렇게 기업들의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시도나 대표이사직을 걸고 주총장에서 표대결이 벌어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아무래도 극적인 긴장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 작가들은 일부러 시청자들을 속이는(?) 걸까. 상법상 M&A 규정 등 기본상식을 무시한 채 피말리는 지분싸움으로 극적 긴장감만 높이고 있다. 이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예를들면 이렇다. A업체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B업체가 지분을 몰래 사들이는 방식으로 A사 지분 30%를 확보한 뒤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고,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한다. A사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와 우호세력은 보유지분이 25%로 열세다. 지분경쟁에서 이긴 B사는 A사 경영권을 빼앗는데 성공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오류는 두 가지다. 우선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사선임을 하는 임시주총이 성사되려면 총 주식수의 3분의 1(지분 약 34%)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적대적 M&A를 시도하기 위해선 최소한 34%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 오류는 이사선임을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주식수다. 이사를 선임하고 해임하는 주총의 경우 총 주식수 중 3분의 1 이상 참석해야 하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어느 한 쪽을 지지해야 표대결이 끝난다.
A사의 주식수가 모두 100주라고 가정했을 때 최소 34주가 주총에 출석해야 한다. 그리고 A사와 B사가 각각 25주와 34주씩 확보한 채 주총이 열리면 59주 중 3분의 2인 약 39주가 찬성해야 B사의 M&A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적대적 M&A를 시도자는 대상 회사의 대주주보다 두 배 이상 지분을 확보하거나 지분 51%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창헌 한국M&A투자협회 회장은 "국내 드라마에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구성된 M&A 장면에서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자들이 지분 5% 정도 차이로 경영권을 뺏고 빼앗기는 장면이 많은데 주총시 일반의결(일반정족수)과 특별의결(특별정족수) 차이를 구분하지 않아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영권을 놓고 벌어지는 지분경쟁은 특별의결이 필요한 안건으로 공격자가 기존 대주주 대비 두 배 이상 지분이 있어야 성공 가능한 것"이라며 "우스갯 소리지만 드라마 작가들도 M&A 교육을 좀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라마가를 떠나 올 하반기에는 실제로 국내 업계의 M&A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현대건설 인수전 등 잇단 대형 M&A가 본격화될 예정인데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합병 이슈, 쌍용차 해외인수, LG생활건강의 해태음료 인수, 웅진씽크빅의 에듀왕 인수에 이르기까지 M&A는 이미 증시의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이런 실전 M&A를 염두해 두고서라도 전문가들은 드라마 M&A 명장면이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올바른 경제상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
한 대형 건설사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두 명의 주인공이 임시주주총회에서 한 판 표대결(지분대결)을 펼친 것이다. 한쪽이 회사 지분 55%를 확보,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순간 열세에 놓였던 다른 주인공이 반전을 이끌어 낸다.
당시 시청자들은 해당 드라마 게시판에 '놀라운 반전이다' '반전에 소름이 돋았다' '자이로드롭 드라마다' 등 잇단 호평을 쏟아냈다.
대부분 국내 드라마엔 이렇게 기업들의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시도나 대표이사직을 걸고 주총장에서 표대결이 벌어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아무래도 극적인 긴장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 작가들은 일부러 시청자들을 속이는(?) 걸까. 상법상 M&A 규정 등 기본상식을 무시한 채 피말리는 지분싸움으로 극적 긴장감만 높이고 있다. 이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예를들면 이렇다. A업체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B업체가 지분을 몰래 사들이는 방식으로 A사 지분 30%를 확보한 뒤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고,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한다. A사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와 우호세력은 보유지분이 25%로 열세다. 지분경쟁에서 이긴 B사는 A사 경영권을 빼앗는데 성공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오류는 두 가지다. 우선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이사선임을 하는 임시주총이 성사되려면 총 주식수의 3분의 1(지분 약 34%)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적대적 M&A를 시도하기 위해선 최소한 34%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 오류는 이사선임을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주식수다. 이사를 선임하고 해임하는 주총의 경우 총 주식수 중 3분의 1 이상 참석해야 하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어느 한 쪽을 지지해야 표대결이 끝난다.
A사의 주식수가 모두 100주라고 가정했을 때 최소 34주가 주총에 출석해야 한다. 그리고 A사와 B사가 각각 25주와 34주씩 확보한 채 주총이 열리면 59주 중 3분의 2인 약 39주가 찬성해야 B사의 M&A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적대적 M&A를 시도자는 대상 회사의 대주주보다 두 배 이상 지분을 확보하거나 지분 51%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창헌 한국M&A투자협회 회장은 "국내 드라마에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구성된 M&A 장면에서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자들이 지분 5% 정도 차이로 경영권을 뺏고 빼앗기는 장면이 많은데 주총시 일반의결(일반정족수)과 특별의결(특별정족수) 차이를 구분하지 않아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영권을 놓고 벌어지는 지분경쟁은 특별의결이 필요한 안건으로 공격자가 기존 대주주 대비 두 배 이상 지분이 있어야 성공 가능한 것"이라며 "우스갯 소리지만 드라마 작가들도 M&A 교육을 좀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라마가를 떠나 올 하반기에는 실제로 국내 업계의 M&A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현대건설 인수전 등 잇단 대형 M&A가 본격화될 예정인데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합병 이슈, 쌍용차 해외인수, LG생활건강의 해태음료 인수, 웅진씽크빅의 에듀왕 인수에 이르기까지 M&A는 이미 증시의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이런 실전 M&A를 염두해 두고서라도 전문가들은 드라마 M&A 명장면이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올바른 경제상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