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일 발표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세부심사기준안 가운데 총자산(총자본+총부채) 증가율 항목이 포함돼 물의를 빚고 있다. 부실한 경영으로 빚을 늘린 예비사업자가 재무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되는 터무니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어제 열린 공청회에서도 재무평가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방통위는 심사 항목 중 가장 높은 배점(1000점 만점에 90점)이 부여된 '주요 주주들의 재정 능력' 세부 항목으로 자기자본 순이익률, 부채비율, 총자산증가율 등 세 가지를 제시하고 각각 30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총자산증가율을 여기에 포함시킨 것은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다. 총자산은 빚을 많이 낼수록 그 규모가 커지는 결정적 맹점이 있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일순간에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 실제 일부 예비사업자들의 경우는 경영에서 막대한 손실을 내 자본총계가 감소했음에도 차입금을 대규모로 끌어들였거나,갑자기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덩치를 키운 경우도 있다고 한다. 빚을 내지 않고 자산재평가도 하지 않으면서 견실하게 경영을 해온 기업이 당연히 더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되는 심사기준이라면 그것은 잘못돼도 아주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총자산증가율이 심사기준으로 채택된 것은 지금까지 거의 없던 일이다. 경인방송, 경남민방, IPTV 사업자를 선정할 때는 총자산증가율이 아니라 매출액증가율이 적용됐다. "자기자본 순이익률은 수익성, 부채비율은 안정성, 총자산증가율은 성장성을 평가하는 척도"라는 게 방통위 설명이지만 성장성을 평가하려면 총자산이 아니라 매출액증가율을 적용하는 게 훨씬 타당하다. 매출액이 줄어도 늘어난 차입금으로 인해 총자산이 증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성장성을 따질 때 매출액 증가율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관례를 생각해 보더라도 그러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총자산증가율을 새로운 심사기준으로 도입한 것은 아무런 명분도 설득력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이번 세부심사 기준안에 대해 재무구조가 열악한 일부 예비사업자들의 사정을 봐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임은 물론이다.

방통위는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8일 또는 9일께 세부심사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방통위가 특정 예비사업자를 지원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면 성장성에 대한 평가 항목은 반드시 다른 것으로 바꿔야 마땅하다. 방송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종편사업자 선정 과정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