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볼커 미국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장(사진)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볼커 위원장은 전날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너무 오랫동안,너무 많은 국채를 사게 되면 자산 거품이 생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오랫동안 고수했기 때문에 FRB가 어떠한 완화정책을 써도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며 "FRB의 국채 매입이 단기적으로 실업률 하락이나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커 위원장은 1979년부터 1987년까지 FRB 의장을 지내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려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FRB는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경기부양을 위해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내용의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한편 FRB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과잉유동성 공급으로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것을 우려한 아시아 국가들이 금리를 올리는 등 선제 대응을 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전날 기준금리를 4.5%에서 4.75%로 0.25%포인트 올렸다. 호주가 금리를 올린 것은 6개월 만이다. 인도 중앙은행 역시 기준금리인 재할인금리를 6%에서 6.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중국인민은행도 이날 '2010년 3분기 통화정책집행 보고서'에서 "일부 선진국들이 경제활성화 정책을 재차 추진해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나게 됐다"며 "인플레이션 관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통화정책을 금융위기 이전 체제로 천천히 회귀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