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합의와 이행을 유난히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이 이제까지의 합의를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겨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으며 개발의제와 관련해선 100대 행동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G20은 그 역할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국제질서,협력,국제 공조의 필요성이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G20의 역할은 더 강화될 것"이라며 "현재 G20을 대체할 만한 국제기구가 없고 세계 문제를 다루는 기구도 없다"고 못 박았다. 세계 경제가 위기를 넘어서면서 일부 국가가 환율 문제 등에서 '개별 플레이'를 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제 G20의 효용성이 다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이 대통령은 "G20이 이제는 세계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상임이사회로서 세계 경제의 현안을 논의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며 "국제 경제에 관한 최상위 포럼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고 의미를 뒀다. 한국이 이번 회의의 의장국으로서 우리가 경험에서 체득한 교훈을 공유,세계 경제가 발전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과거의 G7체제로는 변화하는 세계 경제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에 G20이 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1940년대 브레턴우즈 체제 아래 유럽 국가들이 세계 경제 금융을 주도해 왔다"며 "그러나 이제 아세안,남미의 신흥국들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G20이 앞으로도 상설기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신흥국 대표 주자로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내며 선진국 위주 세계 경제 시스템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G20 크게 다뤄 달라"

이날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에는 16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했으며 회견장 연단 좌우에 G20 정식 회원국과 초청 5개국,유엔기 등 모두 26개의 스탠딩 국기가 배치됐다. 짙은 회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이 대통령은 시종 유머를 섞어가며 11개의 질문에 답하면서 서울 G20의 과제와 의미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주력했다.

지난달 22일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개막연설을 통해 "합의가 안 이뤄지면 버스나 기차나 비행기를 가동 안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해 폭소를 유도했던 이 대통령은 "정상들은 자기 비행기(전용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막기 힘들다"며 웃음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개헌에 관한 질문을 받자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답변할 사안은 아닌 거 같다"며 "이 문제는 너무 크게 다루지 말고 G20을 크게 다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