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 채널 심사기준 논란 증폭] "빚 늘어도 높아지는 총자산 증가율로 성장성 평가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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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토론회서도 지적
심사기준대로 하면 C&중공업도 높은 점수
"글로벌경영, 차입 능력으로 평가해선 안돼"
증권가 "미디어기업 분석에 총자산 증가율 사용한 적 없어"
"장부상 자산재평가 자산 증가로 인정 말아야"
객관성 높이기 위한 계량평가 비중 확대는 바람직
심사기준대로 하면 C&중공업도 높은 점수
"글로벌경영, 차입 능력으로 평가해선 안돼"
증권가 "미디어기업 분석에 총자산 증가율 사용한 적 없어"
"장부상 자산재평가 자산 증가로 인정 말아야"
객관성 높이기 위한 계량평가 비중 확대는 바람직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일 발표한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세부심사 기준을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방통위가 일반 기업들의 성장성 지표로 거의 활용하지 않는 '총자산증가율'을 재정적 능력의 세부심사 항목으로 포함시킨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총자산증가율을 활용할 경우 부채가 크게 늘었거나 자산재평가를 통해 장부상으로만 총자산을 늘린 종편 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3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 승인을 위한 세부심사기준안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재정적 능력을 재는 항목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재는 기준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성장성을 측정하기 위해 총자산증가율을 채택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일반적인 성장성 잣대인 매출액증가율을 도입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재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방송정책연구그룹장도 "부채를 성장성의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부적절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이런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매출액증가율을 총자산증가율과 함께 동시에 고려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자산증가율 미디어기업 적용 안돼"
기업의 재정적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는 '안정성지표''수익성지표''성장성 · 활동성지표' 등 세 가지다. △안정성지표로는 부채비율 유동비율 등이 △수익성지표는 매출액영업이익률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총자산순이익률(ROA) 등이 △성장성 · 활동성지표는 매출액증가율 영업이익증가율 총자산증가율 등이 쓰인다.
방통위는 2005년 경남지역민방,2006년 경인지역지상파방송,2008년 IPTV 사업자를 선정할 때 성장성 · 활동성지표로 예외없이 총자산증가율을 배제하고 모두 매출액증가율을 사용했다. 유독 이번 종편 사업자 선정 때만 성장성 · 활동성 지표로 총자산증가율을 택한 것이다.
그동안 방송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총자산증가율이 배제된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인회계사 A씨는 "총자산증가율은 은행 등 극히 예외적인 업종에서만 중요한 지표로 쓰일 뿐,일반 기업들의 성장성 · 활동성 지표로 삼기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자산은 부채와 자기자본을 합한 금액이다. 은행의 경우 개인 · 기업으로부터 예금 유치를 늘려 대출을 확대해야 성장하는 독특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부채(예금)를 늘려 총자산을 확대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총자산증가율이 은행의 성장성 지표로 중요하게 쓰이는 이유다.
하지만 일반 제조업 및 방송 등 미디어업종은 은행과 사업구조가 전혀 다르다. 미디어업종을 분석하는 한승호 신영증권 기업분석부장은 "지금까지 많은 미디어 기업들을 분석하면서 총자산증가율을 한번도 분석 지표로 써본 적이 없다"면서 "이 지표는 은행이나 증권업종에 사용해야 하며 미디어 기업의 성장성을 따지려면 매출액증가율이나 자기자본증가율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없이도 총자산은 늘릴 수 있어"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종편채널 재정적 능력 세부심사항목으로 총자산증가율을 넣은 것은 주요주주들이 글로벌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해 투자할 의지가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매출액증가율은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한 외형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투자의지를 보는데 총자산증가율보다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여러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선 글로벌 경쟁력을 차입 능력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총자산증가율이 과연 신규사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의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지표이냐'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기업들은 투자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서 토지 건물 등에 대한 자산재평가만 실시해도 총자산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해 국내 기업들의 환차손 · 외화부채 · 부채비율이 급증하자 기업에 자산재평가를 허용해줬다. 모두 총자산을 증가시키는 요소들이다. 방통위 논리대로라면,금융위기 당시 외화부채가 늘거나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총자산이 늘어난 기업들은 재무구조가 우량한 이유 등으로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았던 기업들보다 '신규사업 투자 의지가 더 큰' 기업으로 평가될 수 있는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
물론 실제 신규투자를 많이 해 총자산이 증가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투자의 '질(質)'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익잉여금(영업을 통해 번 돈)이나 유상증자를 통하지 않고 부채에 의존해 신규투자를 해도 총자산은 늘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리한 차입과 인수 · 합병(M&A)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C&그룹 핵심 계열사인 C&중공업은 2007년 말 대비 2009년 말 총자산이 111%나 급증했다.
공인회계사 B씨는 "총자산은 투자와 상관없이 부채차입,자산재평가 등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회계계정"이라며 "총자산증가율은 기업의 성장성과 신규사업 투자 의지 및 여력을 평가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박영태/이상열/정인설 기자 pyt@hankyung.com
◆ 총자산 증가율
총자산은 부채와 자기자본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총자산 증가율은 총자산이 전년도에 비해 늘어난 비율이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이 100억원이고 부채가 100억원인 회사가 은행에서 100억원을 빌렸을 경우 총자산은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50% 늘어난다. 매출액 증가 없이 총자산만 늘어났을 경우 성장성이 높은 회사라는 '착시효과'를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