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자체 제과 생산공장을 갖추고 이르면 내달 말,늦어도 내년 초엔 비스킷류를 중심으로 한 제과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동서식품이 해외에서 생산된 제과를 수입해 판매한 적은 있지만,국내에 자체 공장을 두고 직접 생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100% 자회사인 미가방 유한회사를 설립,지난해 이 회사를 통해 청우식품 철원공장을 150억원에 인수했다. 강원도 철원군 김화농공단지에 있는 이 공장은 국내 5위권 제과업체인 청우식품에서 그동안 비스킷류 생산시설로 사용했던 곳으로 부지면적만 2만9756㎡에 달한다. 동서식품은 이 공장에서 자사 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서식품이 우선적으로 생산 · 판매할 제품은 미국 나비스코푸드의 오레오 브랜드로 결정됐다. 오레오는 코코아를 가미한 검정색의 비스킷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이다. 역시 나비스코푸드의 비스킷 브랜드인 리츠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오레오를 우선적으로 생산키로 한 것은 2000년대 초부터 2008년 9월까지 나비스코푸드 중국 공장에서 오레오 제품을 수입,판매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2008년 당시 중국에서 생산된 오레오 일부 제품에 멜라민이 함유된 것으로 판명돼 제과 수입사업을 중단했었다. 동서식품은 멜라민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오레오 와퍼 스틱' '오레오 쵸코 웨하스롤' 등 다양한 오레오 브랜드 제품과 리츠 등을 팔았다. 나비스코푸드는 미국 크래프트푸드의 자회사이며,동서와 크래프트푸드가 동서식품 지분을 50%씩 갖고 있다.
동서식품의 제과 출시 시점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될 것으로 제과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오레오 제품 생산을 위한 시험가동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서식품이 제과 생산에 직접 뛰어든 것은 인스턴트 커피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커피 시장이 원두커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기존 주력사업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식품업계의 지적이다. 또 80%를 점유하고 있는 커피믹스시장에 롯데칠성음료 남양유업 등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시장 잠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동서식품의 제과시장 진출로 경쟁제품인 '롯데샌드깜뜨'와 '오리온 까메오' '크라운 사바나' 등이 부분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제품은 각각 연간 10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효자상품 중 하나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