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업계를 주름잡았던 여걸들에게도 선거의 벽은 높았다. 공화당 후보로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도전했던 멕 휘트먼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에 출마한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가 나란히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3일 LA타임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휘트먼은 민주당 소속의 제리 브라운 후보에게 주지사 자리를 내줬다. 브라운은 이미 두 차례나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역임한 베테랑 정치인이다. 휘트먼은 이번 선거에서 미국 선거 역사상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1억4200만달러(약 1560억원)를 쏟아부었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실리콘밸리의 여제'로 불렸던 피오리나도 현역 의원인 바버라 복서에게 석패했다. 복서 의원은 2004년 선거에서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최다 득표를 기록한 여성 정치인이다. 유방암을 극복하고 선거에 출마한 피오리나는 "당선되면 경제 회복과 재정 건전성부터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의욕을 보였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공화당의 니키 헤일리 후보는 보수적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주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에 올랐다. 그는 인도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당내 예선에서부터 상대 후보들로부터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티파티 세력의 강력한 후원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티파티의 집중적인 표적이 돼 낙선 위기에 몰렸던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네바다주에서 5선에 성공했다. 그는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여성후보 샤론 앵글에게 뒤처졌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세 차례나 지원유세를 해준 덕분에 신승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