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RB, 국채 6000억달러 매입키로…추가 금융완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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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0]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부양을 위해 6000억달러를 시중에 추가 공급하는 2차 양적완화(QE2) 조치를 단행키로 결정했다고 3일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FRB는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내년 6월 말까지 매월 750억달러씩 총 6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추가 양적완화를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FRB는 2008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1조70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을 통한 1차 양적완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양적완화 조치는 국채 매입을 통해 실질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기업의 투자와 가계소비를 활성화시켜 경기를 부양하는 데 목적이 있다.FRB는 이미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제로(0)금리 수준인 연 0~0.25%로 떨어뜨렸기 때문에 ‘금리인하’라는 기본적인 경기부양책을 더 이상 쓸수 없는 상태다.
FRB는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0∼0.25%로 동결하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예상에 부합되는 수준
이번에 발표된 양적완화 규모는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전문가들은 FRB가 5000억~7500억달러어치의 국채 매입계획을 발표하고,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매달 일정 규모의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 왔다.FRB는 이미 기존에 사들인 모기지채권 등의 만기도래분을 국채 매입에 재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 물량까지 합치면 내년 6월 말까지 총 8500억∼9000억달러어치를 사들이게 된다.
매입채권의 만기는 평균 5~7년으로 2~10년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17~30년물이 차지하는 규모는 4%에 그칠 전망이다.FRB는 현재 채권당 발행물량의 35%만 보유할수 있도록 한 제한도 ‘제도 운영의 유연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풀었다.FRB는 또 “고용과 물가 안정에 최선이 되도록 필요할 경우 채권 매입 규모와 속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와 고용회복 속도가 매우 느리다”
FRB가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가치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추가 양적완화에 나선 것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더디기 때문이다.특히 10%에 가까운 실업률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FRB는 성명서에서 “현재 실업률이 높고 물가상승률은 장기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되는 수준과 비교해 낮다”며 “(고용과 물가) 두가지 정책 목표를 향한 진전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느리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14개월째 9.5%를 웃돌고 있다.또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센서스(인구조사)를 위해 채용됐던 임시직이 일을 그만두고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지방정부들이 감원에 나서면서 4개월 연속 감소세다.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2%(연율기준)로 지난 2분기의 1.7%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실업률을 낮추기엔 충분치 않은 속도라고 FRB는 판단하고 있다.지난달 실시한 불름버그통신 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에도 실업률이 평균 9.3%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FRB가 물가수준을 진단하는 지표로 중시하는 핵심소비자물가(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제외)는 지난 9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1.2% 상승에 그쳤다.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FRB는 고용 극대화와 물가안정이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물가상승률이 1.7~2% 수준에 머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부양 효과·인플레이션 논란
그러나 FRB의 양적완화 조치에 대해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것이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스코트 파디 버몬트 미들베리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경기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오히려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전략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그는 “FRB는 경기가 (느리긴 하지만) 회복세에 들어섰고 금융위기도 지났는데 여전히 양적완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며 “시장에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RB내에서조차 반발이 있다.FOMC 위원 가운데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번 양적완화 조치에 반대표를 던졌다.호니그 총재는 성명서에 “추가 국채 매입의 위험성이 이득보다 크다” 며 “지속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돈을 풀면 결국 경제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며 반대 의견을 남겼다.
이밖에 리처드 피셔 달라스 연준총재,나라야나 코첼라코타 미니애나폴리스 연준총재,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총재도 FRB의 추가 양적완화 계획이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WSJ은 이들 3명이 내년 FOMC회의에서 투표권을 갖는 5명의 지역 연준총재 가운데 속해 있기 때문에 내년엔 FOMC내에서 국채 매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번 양적완화 조치로 달러가치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자국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해외 각국의 반발을 불러와 ‘환율 전쟁’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FRB는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내년 6월 말까지 매월 750억달러씩 총 6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추가 양적완화를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FRB는 2008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1조70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을 통한 1차 양적완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양적완화 조치는 국채 매입을 통해 실질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기업의 투자와 가계소비를 활성화시켜 경기를 부양하는 데 목적이 있다.FRB는 이미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제로(0)금리 수준인 연 0~0.25%로 떨어뜨렸기 때문에 ‘금리인하’라는 기본적인 경기부양책을 더 이상 쓸수 없는 상태다.
FRB는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0∼0.25%로 동결하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예상에 부합되는 수준
이번에 발표된 양적완화 규모는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전문가들은 FRB가 5000억~7500억달러어치의 국채 매입계획을 발표하고,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매달 일정 규모의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 왔다.FRB는 이미 기존에 사들인 모기지채권 등의 만기도래분을 국채 매입에 재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 물량까지 합치면 내년 6월 말까지 총 8500억∼9000억달러어치를 사들이게 된다.
매입채권의 만기는 평균 5~7년으로 2~10년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17~30년물이 차지하는 규모는 4%에 그칠 전망이다.FRB는 현재 채권당 발행물량의 35%만 보유할수 있도록 한 제한도 ‘제도 운영의 유연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풀었다.FRB는 또 “고용과 물가 안정에 최선이 되도록 필요할 경우 채권 매입 규모와 속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와 고용회복 속도가 매우 느리다”
FRB가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가치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추가 양적완화에 나선 것은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더디기 때문이다.특히 10%에 가까운 실업률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FRB는 성명서에서 “현재 실업률이 높고 물가상승률은 장기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되는 수준과 비교해 낮다”며 “(고용과 물가) 두가지 정책 목표를 향한 진전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느리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14개월째 9.5%를 웃돌고 있다.또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센서스(인구조사)를 위해 채용됐던 임시직이 일을 그만두고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지방정부들이 감원에 나서면서 4개월 연속 감소세다.미국의 3분기 성장률은 2%(연율기준)로 지난 2분기의 1.7%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실업률을 낮추기엔 충분치 않은 속도라고 FRB는 판단하고 있다.지난달 실시한 불름버그통신 설문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에도 실업률이 평균 9.3%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FRB가 물가수준을 진단하는 지표로 중시하는 핵심소비자물가(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제외)는 지난 9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1.2% 상승에 그쳤다.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FRB는 고용 극대화와 물가안정이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물가상승률이 1.7~2% 수준에 머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부양 효과·인플레이션 논란
그러나 FRB의 양적완화 조치에 대해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것이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스코트 파디 버몬트 미들베리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경기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오히려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전략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그는 “FRB는 경기가 (느리긴 하지만) 회복세에 들어섰고 금융위기도 지났는데 여전히 양적완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며 “시장에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RB내에서조차 반발이 있다.FOMC 위원 가운데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번 양적완화 조치에 반대표를 던졌다.호니그 총재는 성명서에 “추가 국채 매입의 위험성이 이득보다 크다” 며 “지속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돈을 풀면 결국 경제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며 반대 의견을 남겼다.
이밖에 리처드 피셔 달라스 연준총재,나라야나 코첼라코타 미니애나폴리스 연준총재,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총재도 FRB의 추가 양적완화 계획이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올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WSJ은 이들 3명이 내년 FOMC회의에서 투표권을 갖는 5명의 지역 연준총재 가운데 속해 있기 때문에 내년엔 FOMC내에서 국채 매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번 양적완화 조치로 달러가치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자국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해외 각국의 반발을 불러와 ‘환율 전쟁’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