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모든 투자자들의 공통된 목표다. 다만 얼마나 싸게 살 지, 또는 얼마나 비싸게 팔 지는 선택의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증시의 상황을 보면 자동차 조선 건설 기계 등과 같은 업종은 너무 올라서 언제 팔지가 고민이고, IT(정보기술) 금융 등은 너무 안올라서 언제 살지가 고민이다.

오른 업종, 다시말해 주도주는 여전히 긍정적 전망 일색이지만 마냥 오를수 없다는 게 걱정이다. IT와 금융주는 2008년 처럼 시장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언제 한번은 오를텐데 그 시기를 가늠하기가 어려워 관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4일 증시에서는 그간 시장 상승을 주도해 온 자동차 화학 등은 하락한 반면, 소외되어 있던 IT와 은행주가 크게 올랐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에서 가장 비중이 큰 IT에 매수세가 몰렸다. 일본 엘피다메모리의 감산 소식이 촉매제가 됐다.

이날 오전 11시 15분 현재 하이닉스가 전날보다 1100원(5.05%) 급등한 2만2900원을 기록중이고 대장주 삼성전자는 2.43% 오른 75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3.03%) LG이노텍(3.21%) 삼성전기(2.90%) 삼성테크윈(0.47%) 삼성SDI(0.32%) 등의 대형 IT주도 동반 상승세다.

또 아이피에스(6.83%) 유진테크(5.50%) 아토(5.21%) 케이씨텍(4.06%) LIG에이디피(2.19%) 등 IT 장비주와 인터플렉스(4.71%) 파트론(3.92%) 심텍(3.41%) 에이테크솔루션(3.02%) 이녹스(2.01%) 등 IT 부품주도 큰 폭의 상승세다.

IT주가 오랜만에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오래 가기 힘들다는 게 아직까지는 대체적인 관측이다. 민천홍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IT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제품가격이 주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북미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국가의 수요가 예상보다 못하다는 게 시간이 갈수록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반면 과잉 공급은 해소될 기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IT 경기가 내년 1분기가 바닥이 될 지 2분기가 바닥이 될 지 아직은 알 수 없고, 이 때문에 IT 관련주를 지금 매수하는 것은 다소 섣부르다는 주장이다.

증시에서 수급의 키를 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뜸한 것도 추가 상승을 장담할수 없는 이유다. 외국인은 이날 현재까지 1000억원 넘게 순매수를 하고 있으나, IT 업종은 115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이는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 기관이 300억원 이상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이 중 투신권은 오히려 84억원의 순매도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IT 주식이 싸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동안 굳이 떨어지는 칼날을 잡을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 우세했었다"며 "만약 IT의 상승세가 며칠 이어지면 매수 강도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주, 특히 은행주도 IT와 상황이 비슷하다. 은행주는 지난 2분기 KB금융우리금융 등이 적자를 기록할 만큼 리스크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최근 나온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2%대로 최근 6년래 최고치에 이른 상황이다.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도 못미칠 만큼 주가가 낮은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2,3분기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 부실 우려가 감소한 만큼, 4분기 이후부터 실적이 좋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다. 여기에 이번달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대감도 크다. 은행주는 금리가 인상될 경우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돼 수익성이 좋아진다. 또 유동성 랠리의 수혜주로도 지목되고 있다.

이날 같은 시각 하나금융지주(1.85%) KB금융(1.37%) 우리금융(1.40%) 신한지주(0.81%) 등 은행계 지주사와 외환은행(2.73%) 기업은행(2.48%) 등의 은행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요인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까지 은행주가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부실 우려가 여전해 영업을 아무리 잘 해도 순이익이 크게 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도 부실채권 처리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에 이 비율이 하락하기는 어렵다"며 "이는 순이자마진 하락보다 더욱 부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있으니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논리는 안 통한다는 얘기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