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연비규제ㆍ픽업 관세 쟁점…G20회의 前 타결될 지 관심
통상교섭본부는 협상과 관련해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통상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민감한 쇠고기 문제보다는 양국 간 무역불균형이 큰 자동차 분야가 핵심 쟁점이다.
◆한국의 차(車)연비규제
자동차 분야 쟁점 중 하나는 연비규제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작년 7월 10인승 이하 승용 · 승합차의 연비 기준을 'ℓ당 17㎞ 이상' 또는 '㎞당 온실가스 배출량 140g 이하'로 정하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미국 기준인 'ℓ당 15㎞ 이상'보다 높아 '비관세 장벽'이라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다.
미국은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대수가 연간 1만대 이하인 업체에 대해서는 연비규제를 면제해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연비규제 시행 직전 3년(2009~2011년)평균으로 연간 판매량이 1000대 미만인 업체는 3년간 면제하고,연간 판매량이 1000~4500대인 업체는 2015년까지 연비 규제를 10%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 안대로 협상이 종결되면 미국 자동차 '빅3' 중 GM(2009년 기준 국내 판매량 589대)은 2012~2014년까지 3년간 규제 면제,포드(2957대)와 크라이슬러(2255대)는 2012~2015년까지 4년간 규제 완화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양측의 견해차를 좁힐 여지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연비규제는 FTA 협정문이 아닌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환경부가 마련 중인 '연비 · 온실가스 배출 허용기준 고시'에 들어갈 내용"이라며 "FTA 협정문을 고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미국 픽업트럭 보호
미국 픽업트럭 시장 보호도 유력한 협상 쟁점이다. FTA 협정문은 미국 픽업트럭 시장의 관세를 현행 25%에서 FTA 발효 후 1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하도록 명시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선 한국산 픽업트럭이 미국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FTA 협정문을 고치지 않는 선에서 미국 픽업트럭을 보호하는 조치를 짜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자율수출규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예컨대 한국이 미국에 픽업트럭 수출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한국은 1992년 7월 미국의 반덤핑 제소를 당한 철강 부문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정부 관계자도 "국내 자동차 업계는 현재 픽업트럭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업체의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한국 측 요구는 제시 안해
이번 실무협의는 미국의 '창'과 한국의 '방패'가 겨루는 양상이다. 정부는 자체 요구 사항을 제시하지 않은 채 미국 측 요구를 받아본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해 추가 협상을 빨리 타결짓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역으로 뭔가를 요구하면 미국의 요구사항이 더 커지고 아예 전면 재협상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