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청담사거리 이면도로변. 이곳에 들어선 '아뜰리에'(대표 이우진 건축설계사)는 작지만 강한 빌딩으로 통한다. 이 대표는 3년 전 125㎡(38평)의 부지를 10억원에 매입해 공사비 5억원을 들여 건물을 지었다. 수백억원대 빌딩이 들어선 청담동에 지하 2층~지상 4층 연면적 280㎡(85평)의 '초미니 빌딩'을 신축했다.

그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낡은 단독 주택을 사들여 건물을 지었다"며 "작은 공간이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아 2개층을 임대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건폐율 50%로 층당 면적이 62.7㎡(19평)지만 두 배 정도 넓어 보인다는 평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미니 빌딩촌으로 바뀌는 청담동

청담동 일대에서 미니 빌딩이 인기다. 땅값이 크게 오른데다 팔겠다는 땅주인도 없어 대규모 부지 확보가 어려워지자 자투리 땅을 이용한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미니 빌딩이 들어서는 부지는 66㎡(20평)에서 165㎡(50평)의 소규모다.

지난해 '아뜰리에'완공 이후 올 들어 신축 계획이 잡힌 땅은 총 6곳에 이른다. 이 대표는 "주변 집주인들이 찾아와 골목 분위기를 소호 갤러리로 바꿔 줘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중견건설사인 동원건설은 청담동 이면도로변을'미니빌딩 블록'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 일대 단독주택지 10여곳을 사들여 미니빌딩으로 새로 짓거나 미니빌딩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첫 사업으로 지난 6월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해 4층짜리 미니 빌딩을 건립했다. 이곳 양 옆에 있는 단독주택도 사들여 현재 터파기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지역은 지난해 말 3.3㎡ 당 3000만원 선이었던 땅값도 최근 3500만원대로 올랐다.

◆건물은 작아도 수익률은 높아

동원건설의 첫 미니 빌딩인 청담동 단독주택 리모델링은 현재 2~4층 임대가 완료됐고 1층만 비어 있다. 동원건설 관계자는 "대지 면적이 91.5㎡(27평)에 불과한 건물이 연간 수익률 6% 이상을 가져다 주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재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강남 오피스빌딩 수익률이 연 5% 대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미니 빌딩 수요자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진작가나 메이크업숍 등 유행을 주도하는 아티스트들이다. 임대면적이 작지만 관련 고객을 유치하기 쉽다는 입지적 여건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송재엽 동원건설 대표는 "예전에는 198㎡(60평) 이하 소규모 부지는 빌딩 신축을 위한 매입 대상이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자투리 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미니 빌딩이라도 최대한 공간을 활용하면 대규모 빌딩보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니 빌딩촌은 도시 다양성도 제공한다. 미니 빌딩 설계 전문 변문수 무운건축사무소 대표는 "1960년대 후반 강남 개발 때 지어진 저층 주택들이 주로 미니 빌딩으로 개발될 계획"이라며 "도시 다양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