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아이, 1시간 앉혀두기보다 20분씩 나눠 공부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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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 의욕과 어린이 정서 불안
공부하는 이유 설명해주고 적정한 학습목표 조율을
예민한 아이 다그치지 말고 칭찬·보상은 되도록 빨리
공부하는 이유 설명해주고 적정한 학습목표 조율을
예민한 아이 다그치지 말고 칭찬·보상은 되도록 빨리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 '자기주도적 학습'에 대한 관심이 크다.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게 하려면 부모는 아이의 학습태도가 잘 형성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학업의 목표를 아이와 함께 정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일이든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잡을 수 있다. 그래야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고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줄어든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성적도 나쁘다는 것에만 초점을 둔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과연 공부가 아이 성장과 미래를 위해 왜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왜 공부를 해야 하고,좋은 성적이 필요한지를 아이의 특성과 현실을 감안해 천착해야 한다. 일방적인 부모의 목표 설정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부모와 아이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기 십상이므로 반드시 아이와 대화해 목표를 정하는 게 긴요하다. 이렇게 목표를 설정하면 아이에게 동기가 부여되므로 학습효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나이에 맞는 학습방법을 찾아야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학업성취 외에 다른 영역의 발달도 중요하다. 친구들과 놀면서 대인관계의 기술을 배우고 예체능 활동을 통해 정서를 함양시키도록 한다. 이 시기엔 성적보다는 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을 일상적인 습관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성공한 셈이다.
초등학교 때 지나치게 경쟁과 학습적인 자극에만 노출된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점점 불안정해지거나 부모 · 자녀의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또 청소년기 이후 공부 자체에 의욕과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려 손을 놓는 경우도 생긴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경우에는 실패나 실수를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어쩌면 어릴 때 작은 좌절을 겪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나을 수도 있다. 중 · 고교생 이후엔 아이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부모가 억지로 책상에 앉히거나 학원에 보낼 수는 있지만 실제로 공부를 하는 것은 아이다. 아이의 결정과 선택권을 존중해줘야 하고,아이의 실패나 좌절에 부모가 너무 속상해 하지 말아야 한다. 이건 부모의 영역이 아니고 아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인 것이다.
아이 교육방법에 있어 '~카더라'는 통하지 않는다. 아이의 성향과 맞지 않는 학습방법은 백약이 무효다. 성격이 산만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한 시간 내내 앉아 있게 하지 말고 20분씩 세 번에 걸쳐 학습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스스로 알아서 잘해''열심히 해라'는 등 애매한 말보다는 언제,어떤 공부를,얼마나 할 것인지를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정해준다. 공부시간은 짧게 설정하고 즉각적인 칭찬과 보상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꼼꼼하고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아이는 새 일을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부모가 보기에 답답하다. 이런 아이는 다그치면 더욱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고 부정적으로 변하기 쉬우므로 부모가 여유를 가져야 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부모가 미리 꼼꼼히 설명해 아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칭찬과 격려를 해줘야 한다. 처음에 잘 적응해 성공적인 경험이 반복되면 점점 두려움이 줄어들어 적극성을 띠게 된다.
성취욕구가 강한 아이는 부모가 그대로 따라가 주기만 하면 된다. 오히려 부모가 아이의 의견과 특성에 부합되지 않는 목표나 과제를 제시하면 충돌할 수 있다. 또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에 실패하면 심한 좌절감을 느끼므로 이때는 부모가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고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 때로는 아이의 지나친 경쟁의식이 부모의 무의식적인 학업성취 기대욕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부모는 실제로 학업능력이 부족한 아이가 지나친 성취 욕구를 가져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지 점검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부모는 아이의 성적표에서 점수만 볼 게 아니라 어떤 이유 때문에 수행도가 떨어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절대적인 공부시간이 부족한지,기본적인 이해력이 떨어지는지,특정 영역의 학습부족 때문인지,지나친 긴장 또는 실수 때문인지 등을 체크해봐야 한다. 학교나 학원에서의 학습태도나 수행도,아이의 흥미나 관심도를 파악해야 한다. 학원은 개인의 능력에 맞춰 가르치지 않고 정형화된 구조로 교습한다. 문제가 확인되면 획일화되고 능률이 떨어지는 학원을 그만 다니게 하고 맞춤형 개별학습을 시킬지 결정토록 한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신질환일 수 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우울증,지적능력저하,학습장애 등이 있는지 병원에서 가려낸 후 전문적인 치료에 나서야 한다.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