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테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972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테러조직 '검은 9월단'이 뮌헨올림픽 선수 숙소를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 선수와 코치 11명이 희생당하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보복에 나섰다. 7년여에 걸쳐 검은 9월단 간부로 추정되는 인물 20여명을 암살했다. 이른바 '신의 분노'작전이다. 골다 메이어 총리는 "윤리적으론 용납되기 어려워도 정치적으론 무난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1986년 베를린 디스코텍 폭탄테러로 미군 2명이 죽고 200여명이 부상당하자 미국은 리비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그리고 테러리스트 캠프 등에 폭탄을 퍼부었다. 160여명의 사상자가 생기면서 리비아는 테러 지원에서 발을 뺐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2001년 9 · 11테러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21세기 첫 전쟁'으로 규정하고 보복을 천명했다. 즉각 빈 라덴이 숨어 있던 아프가니스탄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응징에 들어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막강한 정보력 군사력으로도 테러리스트를 섬멸하지 못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목숨을 내놓고 테러에 나서는 데다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기 때문이다. 폭발물 운반방법만 해도 그렇다. 액체폭탄을 화장품으로 위장하거나 구두 등에 폭발물을 숨기는 것은 '고전'에 속한다. 쉽게 탐지되지 않는 특수소재 폭발물을 삼키는가 하면 항문,심지어 죽은 개 뱃속에 폭탄을 넣기도 한다.
이번엔 유럽에서 소포폭탄이 잇따라 발견돼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보안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화물을 이용하는 데다 휴대전화 알람 시계를 타이머로 쓰는 등 수법도 정교해 적발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달 한 공항에서 발견된 잉크 카트리지 위장 소포폭탄 2발 가운데 하나는 폭발 17분 전에야 신관이 제거됐다고 한다. 하마터면 비행기 안에서 폭발해 재앙으로 이어질뻔 한 것이다.
과거 테러는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상대에 한정된 경우가 많았다. 이젠 항공기나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테러가 일반화되고 있다. 누구도,어느 곳에서도 테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이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도 테러비상이다. 그 와중에 한 40대가 출발시간을 늦춰 비행기를 타려고 기내에 폭발물이 있다는 협박전화를 거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마음자세부터 '설마'에서 '혹시'로 바꾸며 단단히 다잡아야 할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1986년 베를린 디스코텍 폭탄테러로 미군 2명이 죽고 200여명이 부상당하자 미국은 리비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그리고 테러리스트 캠프 등에 폭탄을 퍼부었다. 160여명의 사상자가 생기면서 리비아는 테러 지원에서 발을 뺐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2001년 9 · 11테러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21세기 첫 전쟁'으로 규정하고 보복을 천명했다. 즉각 빈 라덴이 숨어 있던 아프가니스탄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응징에 들어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막강한 정보력 군사력으로도 테러리스트를 섬멸하지 못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목숨을 내놓고 테러에 나서는 데다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기 때문이다. 폭발물 운반방법만 해도 그렇다. 액체폭탄을 화장품으로 위장하거나 구두 등에 폭발물을 숨기는 것은 '고전'에 속한다. 쉽게 탐지되지 않는 특수소재 폭발물을 삼키는가 하면 항문,심지어 죽은 개 뱃속에 폭탄을 넣기도 한다.
이번엔 유럽에서 소포폭탄이 잇따라 발견돼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보안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화물을 이용하는 데다 휴대전화 알람 시계를 타이머로 쓰는 등 수법도 정교해 적발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달 한 공항에서 발견된 잉크 카트리지 위장 소포폭탄 2발 가운데 하나는 폭발 17분 전에야 신관이 제거됐다고 한다. 하마터면 비행기 안에서 폭발해 재앙으로 이어질뻔 한 것이다.
과거 테러는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상대에 한정된 경우가 많았다. 이젠 항공기나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테러가 일반화되고 있다. 누구도,어느 곳에서도 테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이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리도 테러비상이다. 그 와중에 한 40대가 출발시간을 늦춰 비행기를 타려고 기내에 폭발물이 있다는 협박전화를 거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마음자세부터 '설마'에서 '혹시'로 바꾸며 단단히 다잡아야 할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