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2015년 말까지 200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친환경 경영 방안을 올해 초 내놨다. 이는 380만대의 자동차가 1년에 내뿜는 양과 맞먹는 것으로 자체 환경등급에 맞지 않는 제품은 퇴출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월마트는 '그린(green) 열풍'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개발도상국 납품업체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멋진 계획'은 월마트가 세우고 비용은 공급업체에 전가한다는 비판이었다.

중국 쓰촨성 지진이 발생했던 2008년,현지 언론들은 외국계 기업을 향해 '구두쇠'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기부금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토종기업인 자둬지(加多集)는 당시 최다액인 1억위안을 기부,주력 제품인 '왕라오지'의 소비 열풍을 일으키며 2008년 매출을 전년 대비 세 배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뒀다.

◆'녹색 장벽' 없애야

오는 10~11일 열리는 G20 비즈니스 서밋의 4대 의제에는 '녹색 성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포함돼 있다. 두 가지 모두 전 세계적인 관심사이면서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선진국과 개도국 간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이 친환경이란 명분으로 '녹색 장벽'을 쌓을 가능성이 있고,개도국에선 '사회적 책임'을 반(反)외국자본의 구실로 오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세계 최대 풍력발전 업체인 베스타스 윈드시스템(덴마크)의 디틀레프 엥겔 회장,글로벌 철강그룹인 아르셀로미탈의 락시미 미탈 회장 등은 '그린 비즈니스'를 통해 선진국과 개도국의 동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그린 비즈니스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GE의 사례에서 이미 입증됐다. 2005년 '에코매지네이션' 전략을 발표하며 그린 비즈니스를 강화한 GE는 지난해 전체 매출 180억달러 가운데 에코매지네이션 전략에 부합한 제품의 매출 비중이 28%에 달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지난해 GE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4% 하락했지만 친환경 제품의 매출은 오히려 6% 증가했다.

그러나 그린 비즈니스는 월마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자유무역을 가로막는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각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한 무역기술규제(TBT) 통보문 중 녹색 관련 무역조치는 지난해 총 269건으로 2004년 대비 2.7배 증가했다.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서 그린 비즈니스를 주요 의제로 다루는 것도 그린 비즈니스가 이 같은 긍정적 ·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 · 개도국 '갭' 메워줄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화두도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세계 각국에 상품을 수출하고,생산 공장을 짓는 다국적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기업에 '사회'의 범위는 국가를 넘어 지구촌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하세가와 야스치카 다케다제약 회장,크리스 고팔라크리슈난 인포시스 회장,조지프 선더스 비자 회장 등이 사회적 책임 경영을 해 선진국과 개도국 간 발전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과테말라에 진출한 맥도날드의 성공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맥도날드는 1990년부터 매년 하루를 정해 '빅맥' 판매 수익금 전액을 과테말라 어린이 대상 의료 및 학원 지원을 위해 기부했다. '착한 기업'이란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덕분에 맥도날드는 과테말라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오영호 G20 비즈니스 서밋 집행위원장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저개발국의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며 "선진국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경영이 선진 · 개도국 간 발전 격차를 해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