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웨커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은 "외환은행은 메이저 외국계 은행들에 매우 가치 있는 은행"이라며 "호주 ANZ은행에 매각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웨커 의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세계경제의 재균형' 세미나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수 가격에 대한 견해 차이로 호주 ANZ은행으로의 매각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밖에서는) 매각 속도가 늦어지는 원인으로 가격 차이를 지적하지만 그것은 추측(speculation)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매각 절차든 '갭(양측의 의견 차이)'이 있게 마련이며 아직 모든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서 "어떤 갭이 있든 간에 그 갭이 메워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며 외환은행을 얼마나 더 개선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고 개선할 기회가 아직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웨커 의장은 이날 여러 차례 호주 ANZ은행의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외환은행은 고객의 수요를 맞출 수 있고 국제적인 뱅킹 부문에서도 최우수로 꼽힌다"면서 "외국 기업이 전략적으로 인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만 영업하고 있는 외환은행 입장에서도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금융회사가 인수하면 좀 더 폭넓은 고객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계 기업과의 제휴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 은행을 파는 과정에서 정치적 어려움(압력)을 느낀 적 있느냐는 물음에는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고 답했다.

지난달 이사회 의장직 사임 의사를 밝힌 웨커 의장은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의 고문으로 남아 매각 등의 문제와 관련해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며 "후임 의장은 다음 주 화요일 이사회에서 결정된다"고 밝혔다. ANZ은행 외에 다른 인수 희망자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잠재적인 인수 희망자가 접촉해올 수는 있지만 현재 다른 참여자가 있는지는 코멘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에 대한 ANZ은행의 실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이지만 실사단이 완전히 철수한 것은 아니다"며 "마지막까지 실사를 꼼꼼히 진행하는 것으로 미뤄 볼 때 ANZ은행의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현재로선 ANZ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은/이태훈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