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나홀로 8000억 샀지만…
코스피지수가 5일 외국인의 8000억원에 달하는 폭발적인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힘입어 장중 한때 1966.99까지 치솟았지만 결국 소폭 하락세로 마감했다. 고공비행 중인 주가에 부담을 느낀 기관과 개인이 차익 실현 물량을 대거 쏟아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동성 랠리가 지속되겠지만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고 있어 2000선 돌파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사자,IT주 반등은 긍정적

코스피지수는 이날 3.54포인트(0.18%) 내린 1938.96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7978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4538억원)과 기관(-4381억원)의 매도 공세를 받아내기엔 막판 뒷심이 부족했다.

지수는 소폭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선 2.97% 뛰어 10월 월간 상승률(0.54%)을 이미 추월했다. 당분간 상승 흐름을 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외국인에 '실탄' 역할을 하는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10월 셋째주 47억달러에서 넷째주 21억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이달 첫째주엔 30억달러로 회복됐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잠깐 위축됐던 글로벌 유동성이 다시 국내 증시로 빠르게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정보기술(IT)주가 반등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이날 삼성전자(1.70%) 하이닉스(3.49%) 삼성전기(2.02%) 등 IT 블루칩들이 큰 폭으로 뛰며 이틀째 동반 강세를 보였다. 세계 D램시장 3위인 일본 엘피다가 감산을 결정하면서 IT 업황이 조만간 바닥을 탈출할 것이란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펀드 환매,환율 하락은 걸림돌

증시 수급이 전적으로 외국인에 의존하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자산운용사(투신) 등 국내 기관들은 지속되는 펀드 환매로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수급 공백이 발생하면 안전판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기관들이 주식을 급하게 팔진 않더라도 매물대가 두터워 펀드 환매가 언제 수그러들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06년 이후 코스피지수 1900~2000선에서 유입된 펀드 자금은 8조5925억원에 달하지만 작년 이후 환매액은 1조1313억원에 그치고 있다.

환율 하락도 악재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경험상 원 · 달러 환율 1100원 이하에서 외국인은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경향을 보여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지속될 경우 증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기업들의 실적 둔화 우려도 주가의 발목을 잡을 요인이다.

결국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는 가운데 지수 2000선 돌파의 핵심 변수는 미국과 중국의 실물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동윤/강지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