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임금피크ㆍ연봉제 따른 '부작용' 보완…사외적립 의무화…돈 떼일 걱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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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과 퇴직연금 뭐가 다른가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나면서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개인연금과 더불어 노후소득의 3대 보장체계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20조3089억원,가입자 수는 183만7445명으로 5인 이상 상용근로자(797만7241명)의 24.9%가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자 4명 중 1명이 가입하고 있는 셈이다.
◆퇴직금에서 퇴직연금으로
한국의 퇴직급여 제도는 1961년에 도입된 퇴직금 제도부터 시작됐다. 기존의 퇴직금 제도는 근로자의 노후보장을 위한 제도로서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근로자의 잦은 이직에 따른 퇴직금 조기 수령 및 근무 중 중간정산의 실시로 퇴직금이 노후자금보다는 퇴직 전의 생활자금으로 소진됐다. 또 기존의 퇴직금 제도는 퇴직금을 사외에 적립하도록 하는 강제규정이 없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퇴직금을 장부상으로만 적립하고 전부 또는 일부를 사내에 유보하거나 사업자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도산이라도 하게 되면 근로자에게 실업과 퇴직금 체불이라는 2중의 고통을 안겨주는 사례도 나타났다.
임금제도의 변화도 퇴직금 제도에 영향을 줬다. 과거 연공서열식 임금제도에서는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퇴직금도 늘었지만 연봉제에서는 해당 기간의 임금수준에 따라 퇴직금액이 달라지므로 퇴직금의 변동성이 매우 커지게 된 것이다. 또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시작 시점부터 퇴직금이 줄어드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퇴직연금이다.
◆DC형이냐 DB형이냐
퇴직연금은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재원을 안전한 외부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에 적립하고 이를 회사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하도록 해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퇴직연금은 적립방법,적립금의 운용권한과 책임 등에 따라 확정급여형(DB형),확정기여형(DC형),개인 퇴직계좌(IRA)로 나뉜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확정된다. 적립금의 운용은 회사가 책임을 지며 만약 연금자산의 운용성적이 나빠 지불해야 할 퇴직급여보다 연금자산 평가액이 적을 때는 기업이 차액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부담해야 할 돈을 사전에 정해 근로자의 개인별 계정에 적립시켜 주는 제도다. 근로자는 이 적립금을 자신이 선택하는 금융상품에 넣어 운용한다. 따라서 선택한 금융상품의 운용실적에 따라 근로자가 받는 퇴직급여는 달라지게 된다. 운용결과에 대한 책임을 근로자 자신이 지는 것이다.
IRA는 퇴직 또는 이직으로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받은 경우 개인퇴직계좌를 만들어 퇴직급여를 적립하고 적절한 금융상품으로 운용한 후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는 제도다. '퇴직급여 전용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에 맞는 연금 유형 선택해야
'인생 100세 시대'에 퇴직연금은 퇴직금의 연장선상이 아닌 가장 중요한 노후 소득 보장 시스템의 하나다. 그러나 그 동안 퇴직연금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정부와 기업,퇴직연금 사업자 위주로 진행됐다. 정작 퇴직연금의 주인인 근로자들의 관심은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회사 측의 주도로 퇴직연금을 도입해 왔으며 근로자들을 위한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이나 도입 이후의 지속적인 교육도 충분하지 않다.
기업과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9월 말 현재 총 적립금 중에서 회사가 책임을 지고 운용하는 DB형 연금의 비율이 67%를 차지하며 DC형의 비율은 21%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17%에 그쳤던 DC형의 비율이 최근에는 66%까지 늘어났다. 연금자산의 운용형태도 예 · 적금과 국공채 등에 투자하는 원리금 보장형이 90%를 차지하고 실적배당형은 8%에 머물러 있다.
얼핏 생각하면 회사가 책임지고 운용해 주는 DB형이 좋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해진 금액밖에 받을 수 없는 DB형 연금에 비해 DC형 연금은 리스크는 따르지만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더 많은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도입 초기부터 퇴직연금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자신의 형편에 맞고 혜택이 극대화되는 퇴직연금 제도와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 DB형과 DC형 중 어느 제도를 선택하느냐도 중요하지만 DC형을 선택했을 경우 어느 사업자가 제시하는 어떤 투자상품에 운용할 것인가를 선택하느냐는 것 또한 더욱 중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퇴직연금에 관심을 갖지 않기 쉽다. 퇴직이 멀지 않은 50대 이상의 직장인들은 그나마 관심을 갖는 편이지만 40대 이하의 젊은 직장인들은 20~30년 뒤의 퇴직연금에 관심을 쏟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들이 퇴직연금에 무관심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사례를 이웃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도 한국처럼 일시지급 퇴직금 제도에서 출발해 DB형과 유사한 후생연금과 적격연금 제도를 40년 넘도록 시행하는 시기를 거쳐 2001년 11월부터 DC형을 병행하는 시대로 넘어왔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들은 퇴직연금을 일시지급 퇴직금의 연장선으로 생각해 회사가 모든 것을 책임질 것이란 인식이 강했다.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DC형을 선뜻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열심히 공부도 하지 않았다.
결국 DB형에 그냥 남아 회사에 모든 것을 의지하는 대부분의 직장인과 열심히 공부해 DC형을 선택하는 소수의 직장인으로 갈라졌다. 그 결과 8년이 지난 작년 말엔 퇴직연금의 평가액이 크게는 2배까지 차이가 나타난 사례도 있다.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 우리나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직장인은 퇴직연금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chkang@miraeasset.com
◆퇴직금에서 퇴직연금으로
한국의 퇴직급여 제도는 1961년에 도입된 퇴직금 제도부터 시작됐다. 기존의 퇴직금 제도는 근로자의 노후보장을 위한 제도로서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근로자의 잦은 이직에 따른 퇴직금 조기 수령 및 근무 중 중간정산의 실시로 퇴직금이 노후자금보다는 퇴직 전의 생활자금으로 소진됐다. 또 기존의 퇴직금 제도는 퇴직금을 사외에 적립하도록 하는 강제규정이 없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퇴직금을 장부상으로만 적립하고 전부 또는 일부를 사내에 유보하거나 사업자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도산이라도 하게 되면 근로자에게 실업과 퇴직금 체불이라는 2중의 고통을 안겨주는 사례도 나타났다.
임금제도의 변화도 퇴직금 제도에 영향을 줬다. 과거 연공서열식 임금제도에서는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퇴직금도 늘었지만 연봉제에서는 해당 기간의 임금수준에 따라 퇴직금액이 달라지므로 퇴직금의 변동성이 매우 커지게 된 것이다. 또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시작 시점부터 퇴직금이 줄어드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퇴직연금이다.
◆DC형이냐 DB형이냐
퇴직연금은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금 지급재원을 안전한 외부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에 적립하고 이를 회사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하도록 해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퇴직연금은 적립방법,적립금의 운용권한과 책임 등에 따라 확정급여형(DB형),확정기여형(DC형),개인 퇴직계좌(IRA)로 나뉜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급여 수준이 사전에 확정된다. 적립금의 운용은 회사가 책임을 지며 만약 연금자산의 운용성적이 나빠 지불해야 할 퇴직급여보다 연금자산 평가액이 적을 때는 기업이 차액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부담해야 할 돈을 사전에 정해 근로자의 개인별 계정에 적립시켜 주는 제도다. 근로자는 이 적립금을 자신이 선택하는 금융상품에 넣어 운용한다. 따라서 선택한 금융상품의 운용실적에 따라 근로자가 받는 퇴직급여는 달라지게 된다. 운용결과에 대한 책임을 근로자 자신이 지는 것이다.
IRA는 퇴직 또는 이직으로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받은 경우 개인퇴직계좌를 만들어 퇴직급여를 적립하고 적절한 금융상품으로 운용한 후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는 제도다. '퇴직급여 전용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에 맞는 연금 유형 선택해야
'인생 100세 시대'에 퇴직연금은 퇴직금의 연장선상이 아닌 가장 중요한 노후 소득 보장 시스템의 하나다. 그러나 그 동안 퇴직연금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정부와 기업,퇴직연금 사업자 위주로 진행됐다. 정작 퇴직연금의 주인인 근로자들의 관심은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회사 측의 주도로 퇴직연금을 도입해 왔으며 근로자들을 위한 퇴직연금 가입자 교육이나 도입 이후의 지속적인 교육도 충분하지 않다.
기업과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9월 말 현재 총 적립금 중에서 회사가 책임을 지고 운용하는 DB형 연금의 비율이 67%를 차지하며 DC형의 비율은 21%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17%에 그쳤던 DC형의 비율이 최근에는 66%까지 늘어났다. 연금자산의 운용형태도 예 · 적금과 국공채 등에 투자하는 원리금 보장형이 90%를 차지하고 실적배당형은 8%에 머물러 있다.
얼핏 생각하면 회사가 책임지고 운용해 주는 DB형이 좋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해진 금액밖에 받을 수 없는 DB형 연금에 비해 DC형 연금은 리스크는 따르지만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더 많은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도입 초기부터 퇴직연금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자신의 형편에 맞고 혜택이 극대화되는 퇴직연금 제도와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 DB형과 DC형 중 어느 제도를 선택하느냐도 중요하지만 DC형을 선택했을 경우 어느 사업자가 제시하는 어떤 투자상품에 운용할 것인가를 선택하느냐는 것 또한 더욱 중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퇴직연금에 관심을 갖지 않기 쉽다. 퇴직이 멀지 않은 50대 이상의 직장인들은 그나마 관심을 갖는 편이지만 40대 이하의 젊은 직장인들은 20~30년 뒤의 퇴직연금에 관심을 쏟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들이 퇴직연금에 무관심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보여주는 사례를 이웃 일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도 한국처럼 일시지급 퇴직금 제도에서 출발해 DB형과 유사한 후생연금과 적격연금 제도를 40년 넘도록 시행하는 시기를 거쳐 2001년 11월부터 DC형을 병행하는 시대로 넘어왔다. 그러나 많은 직장인들은 퇴직연금을 일시지급 퇴직금의 연장선으로 생각해 회사가 모든 것을 책임질 것이란 인식이 강했다.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DC형을 선뜻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열심히 공부도 하지 않았다.
결국 DB형에 그냥 남아 회사에 모든 것을 의지하는 대부분의 직장인과 열심히 공부해 DC형을 선택하는 소수의 직장인으로 갈라졌다. 그 결과 8년이 지난 작년 말엔 퇴직연금의 평가액이 크게는 2배까지 차이가 나타난 사례도 있다.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 우리나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직장인은 퇴직연금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chkan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