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보험 2대 주주인 보고펀드가 동양그룹 계열사로부터 지분 추가 매입을 추진 중이다. 지분 취득 후 보고펀드는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동양 계열사들과 공동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고펀드와 동양그룹 간의 동양생명 지분 매각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르면 2주 안에 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보고펀드는 현재 13.5%의 지분율로 49.5%(우리사주조합 5.1% 포함 시 54.6%)를 보유한 동양그룹 계열사들에 이어 2대주주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펀드가 2006년 동양생명에 처음 투자하면서 파트너로 끌어들인 외국계 펀드 KGF-TYL의 지분을 포함하면 16.7%에 달한다.

동양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동양파이낸셜(28.7%) 동양종금증권(13.3%) 동양캐피탈(7.5%) 등이 동양생명 지분을 갖고 있다. 보고펀드는 이중 30~35%를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분 매각 이후의 동양생명 경영권은 보고펀드와 동양그룹이 공동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펀드는 동양생명 지분 추가 취득을 위해 9000억원대의 사모투자펀드(PEF) 조성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펀드는 이 PEF에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참여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그룹의 동양생명 지분 매각은 그룹 지주회사 격인 동양메이저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양그룹이 동양생명 지분 25%를 현재 시세(5일 종가 1만3000원)에 판다면 3400억원,20%를 판다면 2700억원가량의 현금이 유입된다. 다만 이 정도 금액으로는 자본 잠식률이 88%에 이르는 동양메이저의 재무구조를 정상화시킬 수 없어 추가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보고펀드가 추후 동양생명 지분을 매각할 때 동양그룹이 되살 수 있도록 하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보고펀드는 지난해 10월 동양생명이 상장되면서 올해 초 보호예수(일정기간 주식을 매각할 수 없도록 묶어두는 것) 상태에서 풀려 언제든지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상태다.

보고펀드가 동양생명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앞으로 1~2년 내 경영권 매각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보험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동양생명은 이날 오후 공시를 통해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동양생명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의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