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최대 기업을 이끄는 마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세계 최고 식품회사인 네슬레의 피터 브라벡 레트마테 회장,인도 최대 소프트웨어기업인 인포시스의 고팔라 크리슈난 인포시스 회장….

34개국 120여명의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서울에 집결한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10~11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세계적인 기업들을 이끄는 CEO들은 G20 각국 정상들과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민 · 관 공조 통한 경제성장 모색

비즈니스 서밋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정부의 경기부양책 못지않게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G20 국가들의 글로벌 공조를 통해 우려했던 3차 대공황을 피할 수 있었다.

G20 국가들은 재정 집행을 통해 수요를 살리며 얼어붙은 경제에 불을 지피는 데 성공했지만 그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장기화하면서 재정적자 문제가 대두됐고,수출 확대를 위해 통화 가치를 경쟁적으로 끌어내리는 환율전쟁이 촉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제를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려놓고,균형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경기부양책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오영호 비즈니스 서밋 집행위원장은 "과거 경제 대공황을 맞을 때마다 정부 주도로 위기를 극복했지만,그 이후 전기 철도 섬유 기계 등 새로운 신사업이 세계 경제를 견인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은 정부뿐 아니라 민간의 자생적 회복이 더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형' 비즈니스 서밋 정례화

한국의 제안으로 개최 규모와 의의가 확대된 비즈니스 서밋은 이번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G20 회의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지난달 24일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서 "공공 · 민간 간 파트너십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면서,12개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워킹그룹(WG)의 작업을 환영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G20 코뮈니케에서 공식적으로 비즈니스 서밋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비즈니스서밋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기업이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새로운 경제활로와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앞으로 세계 경제의 위기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이번 서울 비즈니스 서밋은 그 해법 도출의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G20 정상들과 전 세계 주요 기업 CEO들의 협력 채널을 강화한 한국형 비즈니스 서밋이 향후 G20 정상회의에서 정례화 · 제도화할 가능성도 높다. 내년 G20 의장국인 프랑스와 2012년 의장국인 멕시코는 이미 한국형 비즈니스 서밋을 정례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코리아 이니셔티브 성공사례

이번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는 120여명의 CEO들이 집결한다. G20 회원국은 물론 비(非) 회원국 소속 CEO 30여명도 참가할 예정이다. 10일 저녁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환영 리셉션을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나선다. 11일 개막 총회에 참가한 뒤 4대 의제인 △무역 · 투자 활성화 △금융안정성 제고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토론한다. 4대 의제는 각각 3개씩 12개의 소주제로 다시 나뉜다.

7~8명의 CEO들이 배정되는 각 소주제 협의체는 지난달까지 두 차례의 사전 회의를 통해 중간 보고서 작성을 마쳤다. 손경식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장은 "단기 해결과제인 무역 · 투자와 금융 부문은 물론 중 · 장기 과제인 녹색성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세계경제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