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고요하지만 4년을 갈고 닦은 기량을 결정적인 순간 모두 쏟아붓고자 몸과 마음이 한 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공간.
광저우 아시안게임 선수촌은 '정중동'의 현장이다.

중국 광저우시 중심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신도시 판위 지구 32만9천24㎡(약 10만평) 부지에 조성된 선수촌은 연인원 1만4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 49개동과 국제지역, 공공지역, 식당으로 이뤄졌다.

개막을 닷새 앞둔 7일, 선수촌을 살짝 들여다봤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GAGOC)가 5일 공식적으로 선수촌의 문을 활짝 열었지만 아직 각 나라 선수들이 들어오지 않은 탓에 선수촌은 조용하면서 평온한 분위기였다.

검색대를 지나 선수촌 들머리에서 가장 먼저 만난 국제지역에서는 45개 나라 국기가 바람을 타고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은행과 우체국, 각종 상점이 옆에 똬리를 틀고 선수들을 반겼다.

길을 따라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바레인 선수단의 아파트에는 대형 국기를 일자로 길게 늘어뜨려 대회 기간 '바레인 땅'임을 알렸다.

입주하지 않아 자원봉사자만 가득한 아파트 몇 동을 지나 각 나라 올림픽위원회(NOC) 직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스포츠정보센터를 거치면 793명의 선수와 본부 임원 등 1천명 가까운 태극전사들이 묵을 한국 선수단 숙소가 나온다.

롤러, 조정, 남자축구, 여자하키, 사이클에 전날 입촌한 철인 3종 선수단까지 합쳐 한국 선수단 60명이 선수촌에 여장을 풀었다.

일찍 입국한 승마와 요트 선수단 40여명은 선수촌과 경기장 거리가 너무 멀어 따로 숙소를 잡았다.

한국 선수단이 머물 아파트는 19~20동 전체와 18동 C~D라인이다.

'안녕하세요'라는 자원봉사자의 한국말 인사를 받고 들어선 대한민국 선수촌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똑같은 모양새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양쪽에 한 가구씩 자리했고 대문을 따고 들어가면 널따란 거실에 4~5명이 앉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있고 방 3개, 화장실 2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2명이 함께 잘 수 있는 큰 방 1개와 1인용 방 2개 등 아파트 한 채에는 4명이 투숙한다.

가스레인지와 싱크대는 없어 간단하게 음식을 조리할 만한 여건은 못된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선수촌 식당에서 요기를 해결하거나 컵라면으로 입맛을 돋을 수는 있다.

아시안게임 4회 연속 2위 수성을 진두지휘할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본부는 19동 3층에 있다.

선수단을 총력 뒷바라지할 KOC는 3층 아파트 2채를 사실상 텄고 한쪽은 국제업무, 다른 한쪽은 경기 운영 업무로 분주히 움직였다.

2층은 심신이 지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찾을 물리치료실과 의료실로 꾸렸다.

물리치료 침대 5개와 진찰실 2곳, 회복실 등으로 이뤄졌다.

한국 선수단 보금자리는 국제지역과 당구장 등 오락 시설이 비치된 게임센터와는 제법 먼 곳에 있다.

대신 식당과 경기장까지 이동할 셔틀버스 주차장이 가까워 훨씬 실용적이라는 게 KOC의 설명이다.

선수단 아파트에 아직 태극기는 걸리지 않았다.

9일 선수단 본진과 함께 아파트 전체를 휘감을 배너 현수막 3~4개가 함께 들어오면 그때 본격적으로 태극호가 발진한다.

한국과 홈팀 중국, 일본 선수단의 숙소는 지척에 몰린 것과 달리 북한 선수단은 아파트 47동에 배치됐다.

베란다에 2곳에 내걸린 인공기가 조용히 나부꼈다.

이란 선수는 사이클을 타고 요르단 선수들을 구보로 몸을 풀었다.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은 점을 고려, 전동 카트가 선수들의 이동을 도왔고 대부분 만원을 이룬 채 선수촌 구석구석을 굴러다녔다.

3천명 남짓 한국과 중국, 일본 선수단이 입촌식을 마치면 고요했던 선수촌은 금세 시끌벅적 북새통으로 바뀐다.

그러면 40억 아시아인의 최대 잔치가 초읽기에 들어간다.

(광저우=연합뉴스)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