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에 충돌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유출돼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주말 일본 도쿄에서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6일 시위대 2000여명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들고 도쿄 히비야공회당에 모여 중국을 규탄하는 한편,일본 정부가 이번 사태 대응 과정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기모노 차림으로 시위에 참석한 주부 요쿠니 마스미씨(30)는"우리 영토를 차지하려 든다면 그게 누구든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를 주최한 보수단체 '간바레 닛폰'의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회장(전 항공막료장)은 "(동영상이 유출되고서야) 일본 국민이 진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며 "정부가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모가미 회장은 이어 "다음 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 후진타오 중국 주석에게 할 말을 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양국 관계를 평등하게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가 오는 12일부터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6일 일본에 입국한 것도 중국과 일본 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한편 중국인과 일본인들의 상대국에 대한 감정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중국의 시사주간지 랴오왕둥팡저우칸(瞭望東方週刊)이 지난달 22~24일 양국민 2085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87%와 중국인의 79%가 상대국을 '믿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현재의 양국 관계에 대해서도 일본인의 87%와 중국인의 81%가 '나쁘다'고 답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