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과장 진급 시험장에 CEO 10여명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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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ㆍ노병용 사장 등 응원
2700명 응시…"절반이 탈락"
2700명 응시…"절반이 탈락"
'합격해야 과장도 되고 장가도 간다!'(롯데마트) '시험 떨어지면 자리 뺀다!'(롯데카드)
7일 오전 9시 서울 필동 동국대 명진관 정문 앞.합격을 기원하는 수많은 플래카드 사이로 긴장한 얼굴의 '수험생'들이 차례차례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손에는 응원차 현장에 나온 선 · 후배들이 건넨 따끈한 커피와 어묵 등이 들려 있었다. 1000명이 넘는 '응원단' 속에는 이철우 백화점 사장,노병용 마트 사장,소진세 슈퍼 사장,김용수 삼강 대표,박상훈 카드 대표,오경수 정보통신 대표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10여명도 섞여 있었다.
줄잡아 4000명에 달하는 '롯데맨'들이 이른 아침부터 동국대에 모인 이유는 이날이 1년에 한 번 있는 롯데그룹 간부 승진 자격시험일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대리 2년차 이상 2700여명은 이 시험에 합격해야만 초급 간부인 과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10대 그룹 가운데 간부 승진시험을 계열사별로 실시하지 않고,일괄적으로 치르는 곳은 롯데가 유일하다. 롯데는 대졸 신입사원도 그룹 공채로 뽑고 있다. 전영민 롯데 정책본부 인사팀 이사는 "롯데는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계열사의 잉여인력을 자르는 대신 신규 채용이 필요한 계열사로 옮기는 정책을 쓰고 있다"며 "이런 인력이 매년 수백명에 달하기 때문에 계열사별로 채용 기준이나 승진 기준이 다를 경우 조직안정성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험 과목은 회계이론,전략경영,조직행동론,롯데의 핵심가치 등 네 가지.합격하려면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겨야 한다. 문제가 까다로운 탓에 합격률은 50%를 밑돌았다. 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그룹 부회장이 '인재 경영'을 수시로 강조하자 계열사 간 보이지 않는 '간부 승진시험 합격률 높이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노병용 사장은 "간부 승진시험은 그룹의 가장 많은 임직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라며 "시험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선 · 후배의 합격을 응원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롯데맨'이란 일체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심성미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