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회사들이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어려워진 영업환경 속에 살길을 고심하고 있다. KB선물이 최근 KB투자증권과 합병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NH투자선물 외환선물 등도 합병 또는 증권사로의 전환을 모색 중이다. 자본시장법을 계기로 증권사들이 선물회사 고유영역을 잠식,자체 생존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NH투자 · 외환선물 변신 모색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달 말 KB선물과 KB투자증권의 합병을 결의했다. KB선물 관계자는 "선물회사의 전문성과 증권사의 영업력을 합쳐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내년 2월까지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금융은 지난 7월 어윤대 회장 취임 후 합병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선물사와 증권사의 합병은 지난 3월 동양선물과 동양종금증권에 이어 두 번째다. 한맥선물과 부은선물은 증권사로 전환했고,맥쿼리선물은 청산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상반기 12개였던 국내 선물회사는 8개(외국계 영업소인 JP모간메탈즈 제외)로 줄었다. 업계 중상위인 KB선물이 KB증권과 합치면 삼성 우리 유진투자 외환 현대 KR NH투자 등 7개만 남는다.

남은 선물사들도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합병을 검토 중인 농협 계열 NH투자선물이 한 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내부적으로 합병 타당성을 조사했다"며 "중앙회가 NH선물 지분 100%를 보유해 주주 손익문제 등 합병까진 과제가 많다"고 귀띔했다.

외환선물은 증권사 전환을 검토 중이다. 관계자는 "다른 선물사와 달리 계열 증권사가 없어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합병으로 조직 간 갈등이나 지위 문제를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선물회사 고유영역 사라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4~6월) 8개 선물회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8% 감소한 150억원에 그쳤다. 파생상품 위탁매매 실적이 부진해 수수료 수입은 같은 기간 14.7% 감소했다. A선물 관계자는 "2분기(7~9월)에도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른 선물사들도 적자 아니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물회사는 영업점이 적은 데다 자본 규모도 영세해 대형 증권사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 B선물 관계자는 "환거래의 일종인 FX마진거래는 상반기만 해도 블루오션이었지만 증권사들의 잇단 진출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고객 유지를 위한 행사비용만 억단위가 들어 갈수록 경쟁에 힘이 부친다"고 토로했다.

해외 선물영업에선 전문성을 인정받아왔지만 이마저도 위기다. C선물 임원은 "선물사 영업인력은 높은 성과급을 받는 게 일반적인데 일부 증권사에서 고액 연봉과 정규직화를 내걸고 공격적으로 영입에 나서면서 인재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선물회사들이 간판을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란 견해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시 현 · 선물 연계거래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지만 선물부문이 오히려 위축된다는 우려도 있다"며 "증권쪽 인사들이 파생상품시장을 모르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삼성 우리 등 대형 선물회사들은 국채선물 상품선물 등 고유 영역에 치중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선물 관계자는 "빠른 의사 결정과 전문성 등 선물회사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며 "탄소배출권 등 새 시장을 선점하는 게 열쇠"라고 강조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