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보트를 타고 화물을 털어내던 '생계형' 소말리아 해적들이 위성전화와 지리정보시스템(GPS)으로 무장하고 선박과 선원을 납치해 받은 몸값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기업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7일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삼호드림호를 포함해 올 들어 9월 말까지 발생한 39건의 선박 피랍사건 중 35건을 소말리아 해적이 자행했다. 2005년 100여명이었던 소말리아 해적은 현재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외교 전문 두뇌집단 채텀하우스는 해적들이 몸값으로 챙기는 돈이 연간 1억5000만달러(1700억원가량) 정도라고 추산한 바 있다. 이번 삼호드림호 인질 5명의 몸값으로 950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뜯어낸 몸값은 해적 장비를 첨단화하는 데 우선 쓰여진다. 위성전화와 GPS 장비로 약탈 대상을 쫓고,기관총과 로켓포로 선박을 위협할 정도다. 먼 공해상에 커다란 모선을 띄워 놓고 작은 저인망 어선으로 갈아타 선박을 사냥한다. 이들이 해적으로 돌변해 배 위로 오르기까지는 15분도 걸리지 않는다.

투자자와 해적들에게도 배당된다. 배당금은 투자금액과 위험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걸로 알려졌다. 납치대상 선박에 제일 먼저 오르는 행동대원은 생명수당이 붙어 상당한 액수를 지급받는 식이다. 해적에 자금을 투자해 배당을 받는 '해적펀드'가 성행하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박 보험료도 급등하고 있다. 양홍근 한국선주협회 홍보이사는 "요즘 아덴만을 통과하는 선박의 보험료가 10배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선박을 경호하는 할로포인트,블랙워터 등 민간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도 신바람이 났다. 이들은 헬리콥터와 무장 병력을 태운 배를 동원해 소말리아를 지나는 선박을 호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말리아 해적의 주 활동무대는 아덴만.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지 않고 곧장 수에즈 운하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깔때기처럼 생겨 바닷길이 갑자기 좁아지는 곳이다. 이런 지형을 최대한 이용,선박들이 속도를 늦추는 지점에서 배를 덮쳐 납치하고 있다. 세계 석유 운반선의 30%인 1만6000척이 한 해 동안 이곳을 오간다. 한국선박도 연간 460여척이 이곳을 지난다. 해적들에겐 먹잇감이 널린 셈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