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65년 만의 대개혁] 브레턴우즈 체제서 美ㆍ서유럽이 독식해 온 의사결정구조 대폭 수술
1944년 7월22일.2차 세계대전 종전을 코앞에 두고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턴우즈에 주요 29개국 대표들이 모였다. 종전 후 세계 통화질서 개편이 주 논의내용이었다.

각국 대표들은 치열한 논의 끝에 미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본위제도 실시에 합의했다.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시키고,그 외에 다른 나라의 통화는 달러에 고정시킨 것이다. 미 달러화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는 이렇게 출발했다.

각국 대표들은 브레턴우즈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 나라에 필요한 외화(달러)를 공급하고 통화제도를 관장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을 설립했다. 무역 자유화를 위해선'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체제를 출범시켰다. IMF는 이후 65년 이상 미국과 유럽국 간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국제 금융질서의 파수꾼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65년간 세계 경제 지형이 많이 바뀐 것에 비해 IMF 지배구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급성장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 개도국들의 불만이 컸다. 한국 태국 등 과거 외환위기를 겪었던 나라들도 미국 중심의 IMF로부터 일방적인 지배를 받아야 했던 아픈 과거를 겪었던 만큼 IMF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6일 열린 IMF 이사회에서 통과된 IMF 쿼터 및 지배구조 개혁안은 국제 금융질서 대개혁의 시발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독식해온 기형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대폭 수술한 것으로 IMF의 65년 역사에서 최대의 지배구조 개혁으로 평가된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도 이날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IMF의 65년 역사상 가장 근본적인 운영 개혁이 이뤄졌다"며 "이는 세계 경제에서 신흥 · 개발도상국의 역할을 인정하는 최대 규모의 영향력 이동"이라고 표현했다.

정부 관계자는 "1971년 베트남 전쟁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으로 미 달러의 금태환 정지가 선언되면서 브레턴우즈 체제는 사실상 종말을 고했지만 이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IMF의 지위와 내부 지배구조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며 "이는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이해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IMF 개혁이 그동안 경제력이 급속히 쇠퇴한 것에 비해 국제 금융질서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유럽의 힘을 빼기 위한 미국의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65년 만의 IMF 지배구조 개편으로 세계 금융권력 지형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향후 일어날 변화는 한마디로 '유럽의 몰락과 신흥 · 개도국의 부상,그리고 미국은 부동의 1위 유지'로 요약될 수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