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단순한 상품 나열땐 전문성 부족 '신호'…단기투자 권하면 합리적 이유 물어봐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상품 선택 요령ㆍ주의할 점
2005년 12월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약 5년이 지났다. 퇴직연금제도는 기존 퇴직금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퇴직급여재원이 퇴직금 제도에서는 사내에 유보되고 일시금으로만 지급되지만,퇴직연금제도에서는 금융회사에 예치해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장하고 필요 시 연금형태로 지급해 준다는 점이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기업이나 근로자에게 각종 세제혜택도 준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노후생활에 도움이 되려면 반드시 '현명한 선택'이 따라야 한다. 국민연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가 자산운용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일부 선진국에선 퇴직연금도 국가가 지정한 전문운영기관이 대신 운용해 준다. 하지만 우리 퇴직연금제는 고객이 적립금 운용에 관한 최종선택을 하고 그 결과도 자신의 몫이 된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조언자 또는 보조자일 뿐이다.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관한 제한은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한 장치이지 좋은 성과를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스스로의 올바른 이해와 이를 기초로 한 현명한 선택이 뒷받침돼야 한다.
퇴직연금 영업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산운용을 잘 이해하고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는 금융계 종사자들조차 큰 차이가 없다는 전언이다. 사실 단기적으로 금융자산을 운용해 본 경험은 있지만,최장 30년 안팎의 직장생활 이후를 대비한 자산운용에는 다들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좋은 퇴직연금 사업자를 고르는 방법
그렇다면 현실을 인정하자.우리 대부분은 '합리적 경제인'이 아니다. 금융상품이나 투자방법에 대해 아는 것이 적고 경험도 부족하다. 더군다나 금융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이 높아 자칫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잘 모르는 곳에 갈 때 가장 먼저 할 것은 믿을 만한 안내인을 구하는 일이다. 퇴직연금 가입 시에도 장기간에 걸쳐 믿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금사업자를 선택하는 게 우선과제다. 금융상품을 고르는 것은 좋은 연금사업자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해결되는 부차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퇴직연금제를 시행하는 많은 국가에서 연금사업자에게 특별히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한 의무','분산투자 의무','계약준수 의무'를 엄격히 요구한다. 오랜 퇴직연금제 역사에서 이런 의무들이 준수되지 않았을 때 심각한 폐해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상품의 조건,사업자의 외형과 규모,광고 등에 현혹되지 말고 앞서의 의무들을 잘 준수하는지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전문성도 점검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매우 높은 수준의 전략과 계획이 없으면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될 소지가 높은 상품이다. 좋은 조언자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얻기 힘들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 근로자나 회사의 재무담당자들은 체크리스트를 만든 뒤 연금계약 전에 개최되는 사업자 설명회 등에 참석해 장 · 단점을 꼼꼼히 비교해 봐야 한다.
이때 우선 확인할 점은 연금사업자가 제시하는 포트폴리오가 퇴직연금의 목적과 전략에 합치하는지 여부다. 퇴직연금은 장기에 걸친 투자 · 운용이므로 목적에 부합하는 합리적 전략이 있고,그에 합치되는 포트폴리오나 금융상품이 제시돼야 한다. 단순히 상품만 나열한다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단서로 보면 된다.
투자대상 상품이 충분히 분산되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분산투자 대신 단종상품을 권유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왜 집중투자가 필요한지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 특히 자사나 계열사 상품만 권한다면 이는 고객을 위해 조언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에 이용되는 것일 수 있다.
또 투자운용 기간이 장기인지,만약 단기상품을 권한다면 왜 그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주먹구구식 투자전략일 뿐이다. 퇴직연금 계약 후 상담 및 교육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는지도 체크포인트다. 퇴직연금 운용에 관한 상담 · 교육을 등한시한다는 것은 고객의 장기적 이익에 관심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확정기여(DC)형의 경우 가입자의 연령 · 경험 · 지식 등에 따라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지도 확인사항이다. 퇴직연금은 노후 대비라는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관리되고 가입자의 예상 운용기간 · 지식 · 경험 · 성향에 적합한 상품이 제시돼야 한다. 계약 후 가입자와 상담하고 접촉하는 직원이 지정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장기에 걸친 계약의 속성상 최적의 포트폴리오가 변하게 마련이라 필요 시 적절한 상담과 조언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입자의 법규준수에 필요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퇴직연금은 가입자격,적립금 산정방법,보고의무 등의 다양한 법적 규제를 받고 있다. 이를 모르면 뜻하지 않은 위법행위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기
다음 달부터 4인 이하 소규모사업장에도 퇴직급여제도 도입이 의무화된다. 또 2011년부터는 퇴직보험 · 신탁의 추가납입 및 손비인정이 안되기 때문에 퇴직연금제도로의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퇴직연금시장의 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일부 사업자를 중심으로 단기 고금리상품이나 부당한 경품을 제공하는 등의 마케팅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대출과 연계해 계약체결을 압박하는 구태 영업을 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런 현상은 금융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양화(좋은 연금사업자)가 악화(나쁜 연금사업자)에 의해 구축돼 결과적으로 노후생활설계의 훌륭한 조력자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현명한 선택이중요하다. 퇴직연금제는 다소 귀찮고 성가시지만 현명한 선택이 있다면 모두에게 성공적인 노후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제도다.
이은태 금융감독원 복합금융서비스국장 lets59@fss.or.kr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노후생활에 도움이 되려면 반드시 '현명한 선택'이 따라야 한다. 국민연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가 자산운용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일부 선진국에선 퇴직연금도 국가가 지정한 전문운영기관이 대신 운용해 준다. 하지만 우리 퇴직연금제는 고객이 적립금 운용에 관한 최종선택을 하고 그 결과도 자신의 몫이 된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조언자 또는 보조자일 뿐이다.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관한 제한은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한 장치이지 좋은 성과를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스스로의 올바른 이해와 이를 기초로 한 현명한 선택이 뒷받침돼야 한다.
퇴직연금 영업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산운용을 잘 이해하고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는 금융계 종사자들조차 큰 차이가 없다는 전언이다. 사실 단기적으로 금융자산을 운용해 본 경험은 있지만,최장 30년 안팎의 직장생활 이후를 대비한 자산운용에는 다들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좋은 퇴직연금 사업자를 고르는 방법
그렇다면 현실을 인정하자.우리 대부분은 '합리적 경제인'이 아니다. 금융상품이나 투자방법에 대해 아는 것이 적고 경험도 부족하다. 더군다나 금융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이 높아 자칫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잘 모르는 곳에 갈 때 가장 먼저 할 것은 믿을 만한 안내인을 구하는 일이다. 퇴직연금 가입 시에도 장기간에 걸쳐 믿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금사업자를 선택하는 게 우선과제다. 금융상품을 고르는 것은 좋은 연금사업자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해결되는 부차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퇴직연금제를 시행하는 많은 국가에서 연금사업자에게 특별히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한 의무','분산투자 의무','계약준수 의무'를 엄격히 요구한다. 오랜 퇴직연금제 역사에서 이런 의무들이 준수되지 않았을 때 심각한 폐해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상품의 조건,사업자의 외형과 규모,광고 등에 현혹되지 말고 앞서의 의무들을 잘 준수하는지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전문성도 점검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매우 높은 수준의 전략과 계획이 없으면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될 소지가 높은 상품이다. 좋은 조언자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얻기 힘들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 근로자나 회사의 재무담당자들은 체크리스트를 만든 뒤 연금계약 전에 개최되는 사업자 설명회 등에 참석해 장 · 단점을 꼼꼼히 비교해 봐야 한다.
이때 우선 확인할 점은 연금사업자가 제시하는 포트폴리오가 퇴직연금의 목적과 전략에 합치하는지 여부다. 퇴직연금은 장기에 걸친 투자 · 운용이므로 목적에 부합하는 합리적 전략이 있고,그에 합치되는 포트폴리오나 금융상품이 제시돼야 한다. 단순히 상품만 나열한다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단서로 보면 된다.
투자대상 상품이 충분히 분산되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분산투자 대신 단종상품을 권유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왜 집중투자가 필요한지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 특히 자사나 계열사 상품만 권한다면 이는 고객을 위해 조언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에 이용되는 것일 수 있다.
또 투자운용 기간이 장기인지,만약 단기상품을 권한다면 왜 그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주먹구구식 투자전략일 뿐이다. 퇴직연금 계약 후 상담 및 교육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는지도 체크포인트다. 퇴직연금 운용에 관한 상담 · 교육을 등한시한다는 것은 고객의 장기적 이익에 관심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확정기여(DC)형의 경우 가입자의 연령 · 경험 · 지식 등에 따라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지도 확인사항이다. 퇴직연금은 노후 대비라는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관리되고 가입자의 예상 운용기간 · 지식 · 경험 · 성향에 적합한 상품이 제시돼야 한다. 계약 후 가입자와 상담하고 접촉하는 직원이 지정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장기에 걸친 계약의 속성상 최적의 포트폴리오가 변하게 마련이라 필요 시 적절한 상담과 조언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입자의 법규준수에 필요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퇴직연금은 가입자격,적립금 산정방법,보고의무 등의 다양한 법적 규제를 받고 있다. 이를 모르면 뜻하지 않은 위법행위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기
다음 달부터 4인 이하 소규모사업장에도 퇴직급여제도 도입이 의무화된다. 또 2011년부터는 퇴직보험 · 신탁의 추가납입 및 손비인정이 안되기 때문에 퇴직연금제도로의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퇴직연금시장의 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일부 사업자를 중심으로 단기 고금리상품이나 부당한 경품을 제공하는 등의 마케팅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대출과 연계해 계약체결을 압박하는 구태 영업을 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런 현상은 금융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양화(좋은 연금사업자)가 악화(나쁜 연금사업자)에 의해 구축돼 결과적으로 노후생활설계의 훌륭한 조력자들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현명한 선택이중요하다. 퇴직연금제는 다소 귀찮고 성가시지만 현명한 선택이 있다면 모두에게 성공적인 노후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제도다.
이은태 금융감독원 복합금융서비스국장 lets59@fs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