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단지는 주차장이 부족한 탓에 매일 9000대가량의 차량이 도로 주변에 불법 주차한다. 1989년 조성된 이후 입주 기업은 5400개사,고용 인원은 6만3000명으로 급격히 늘었지만 도로 · 주차공간 등 인프라는 20년 전에 비해 바뀐 게 별로 없는 탓이다.

경기 안산 반월단지 내 식당 · 상가 등 업무지원시설 부지 면적은 38만4000㎡로 단지 전체 면적(1537만4000㎡)의 2.5%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9만8000여명.식당 등이 턱없이 모자란 탓에 곳곳에 간이 컨테이너를 개조한 불법 판매시설이 '성업'(?) 중이다.

국내 제조업의 중추인 산업단지가 처한 현실이다. 'QWL(Quality of Working Life) 밸리 조성계획'은 이처럼 노후된 산업단지를 선진국형 기업 집적단지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다. 낡은 생산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산업단지를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프랑스의 '소피아 앙티볼리스'와 같은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쾌적한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세부 추진계획을 통해 전국 227개 산업단지 가운데 20년 이상된 51곳을 QWL밸리로 바꾸기로 했다. 1단계로 반월 · 시화,남동,구미,익산단지 등 4곳에 2013년까지 1조3712억원(민간 자본 1조1455억원,지방자치단체 2107억원,정부 15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들 4개 단지에는 총 3800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오피스텔,보육시설,축구장 등 체육시설,주유소 등이 새로 만들어진다. 시화,남동,구미단지에는 종합 비즈니스센터도 들어선다.

정부는 또 전국 주요 산업단지에 대학과 기업연구소가 들어설 '산학융합지구'를 조성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우선 6개 지구를 선정,지구별로 3~4개 학과 규모의 '산업단지 캠퍼스'와 200여개의 기업연구소를 유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대기업엔 구직자가 몰리지만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중소기업들은 구직난에 허덕이는 '고용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아울러 직장 내 보육시설이 부족한 영세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민간보육시설 설립 시 단지 내 지원시설 면적을 추가로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또 전국 전문계 고교 학생들에게 산업단지를 경험하게 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중소기업 바로알기' 캠페인도 펼칠 계획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