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단시일 내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삼성전자 북미지역본부에서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스틸 전무(44 · 사진)는 △고객 초점(customer-focused) △일관성(consistent) △최첨단 기술(cutting-edge) 등 '3C 전략'을 미국 시장 마케팅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6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에서 주최한 아시아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소개했다. 스피드를 중시하고 목표를 세워 자원을 집중하는 경영 문화 덕분에 미국에서 효율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이 단시일 내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듯 경쟁사가 언제든지 쫓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UC버클리대, 펜실베이니아대, 하버드대 등 유명 대학의 경영대에서 삼성 성장 전략을 소개해온 스틸 전무로부터 삼성의 미국 시장 마케팅 전략을 들어봤다. 그는 2002년 삼성 내 첫 외국인 임원으로 선임돼 주로 마케팅 전략 업무를 맡아왔다.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에서 경영학석사를 취득한 뒤 MIT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3C 전략'은 삼성이 전사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마케팅 개념인가.

"삼성의 마케팅 전략을 강연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삼성과 같은 아시아 기업이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삼성이 다른 기업과 다른 핵심 성공 요인이 뭔지를 분석해봤다. 뒤집어 말하면 글로벌 브랜드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역시 고객에게 초점을 두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정보기술 업체들은 자칫 기술과 제품 엔지니어링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각 개별 시장 고객들의 성향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시장 정보 △소비자 조사 △소비자 통찰(insight) 등을 중시해야 한다. 프록터앤드갬블(P&G), 존슨앤드존슨 같은 생활용품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과 다르지 않다.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의 메시지만을 전달하려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

▼마케팅 성공에 필요한 또 다른 요소는.

"제품 정보의 주된 원천은 매장의 판매원과 입소문(recommend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시대에는 누군가가 제품을 추천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삼성닷컴(samsung.com) 혹은 베스트바이(bestbuy.com)에 가면 다른 소비자들이 삼성 제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입소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품 설명서보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시대다. 그래서 제품 평가 반응을 담은 사이트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

▼삼성식 경영의 특징은.

"삼성 하면 떠오르는 게 속도(speed)다. 다른 기업 관점에서 보면 신사업 혹은 신제품과 관련한 삼성의 의사결정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내부적으로도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져 모든 조직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또 당장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명확하게 규정하는 역량이 탁월하다. 어디로 가야 하고 이 과정에서 어떤 도전이 있는지를 조직원 모두가 잘 알고 있다. "

▼삼성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으로 뭘 꼽을 수 있나.

"기업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기존 경쟁력 요소였던 속도와 자원 집중 역량을 유지하느냐가 풀어야 할 과제다. 조직이 커질수록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글로벌 대기업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

▼삼성은 디지털 TV로 미국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여길 만하지 않나.

"꼭 그렇지 않다. 우리가 단시일 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듯 다른 경쟁사들이 언제든 우리를 쫓아올 수 있다. 만족할 게 아니라 또 다른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삼성전자 북미본부는 디지털TV와 휴대폰뿐 아니라 모든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

▼삼성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물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기술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영국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공부한 만큼 아시아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국 회사에 다니다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1997년 삼성으로 옮겼다. 제품 브랜드 규모면에서 처음 근무할 때와 현재의 삼성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