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이 바닥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급매물이 사라졌어요. 역세권을 중심으로 중대형도 한 달 사이 2000만원가량 올랐고요. "(분당 정자동 D공인 관계자)

"직전 고점이었던 지난 2월 말에 비해 1억~2억원 떨어졌지만 거래는 안됩니다. 청사 이전이란 악재가 매수세를 억누르고 있네요. "(과천 별양동 H공인 관계자)

수도권 대표 주거지역인 경부선 동서(東西) 라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경계로 판교 분당 용인 등 동(東)라인은 회복세가 두드러진 반면 과천 평촌 산본으로 연결되는 서(西)라인은 침체 국면을 지속 중이다. 서울 강남권 배후지역으로 아파트값 상승을 함께 주도해 온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살아나는 판교 · 분당 · 용인

판교 · 분당 · 용인은 집값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용인지역 아파트는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5일까지 누적 상승률 0.1%를 나타냈다. 올 들어 집값이 4주 이상 뛴 곳은 용인이 유일하다. 판교는 보합을 유지하고 있지만 분당은 지난달 말부터 2주 연속 집값이 올랐다.

매수세는 중소형에서 점차 중대형으로 옮겨가고 있다. 용인지역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상현동 만현마을 10단지 아이파크 148㎡의 호가는 4억4000만~5억원으로 한 달 사이 5500만원 상승했다. 분당에서는 수내동 한양,정자동 상록우성 등 일부 역세권 단지의 120㎡ 이상 중대형이 2000만원 넘게 올랐다.

◆조정 중인 과천 · 평촌 · 산본

과천에선 매수세가 여전히 형성되지 않고 있다. 원문동 주공 2단지 59㎡는 연초보다 1억2000만원 떨어진 7억3000만원에 물건이 나오고 있으나 찾는 사람이 없어 매물만 쌓이고 있다.

평촌과 산본도 중대형을 중심으로 하락세다. 안양시 평촌동 꿈현대 221㎡는 11억7000만원,군포시 산본동 수리한양8단지 181㎡는 6억1000만원으로 한 달 사이 각각 5000만원,2000만원 떨어졌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정부 청사 이전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와 예상보다 낮은 재건축 용적률 등의 악재로 과천 집값이 침체를 지속 중"이라며 "과천 집값과 강한 연동성을 보여 온 평촌과 산본지역 집값도 상당기간 약세를 이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후지 · 교통 인프라가 격차 벌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동안 함께 움직여 온 경부선 동서라인 아파트값의 동조화가 깨진 것은 서라인의 중심축인 과천이 악재에 노출돼 있는데다 작년에 집값이 너무 올라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메리트가 별로 없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용인과 분당은 2009년 8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8월까지 각각 13.7%와 9.3% 급락해 지금은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며 "반대로 과천은 재건축 용적률 완화를 호재로 작년에 집값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16.5%가 뛰어 아직도 비싸다는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후지와 교통 등 사회기반시설 차이도 비동조화를 초래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1기 신도시 건설 이후 국철과 지하철4호선이 지나는 서라인쪽에는 그동안 별다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동라인쪽엔 광교신도시가 들어서고 신분당선,신분당선 연장선,용인~서울고속도로 등 집중적인 교통인프라 투자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위원은 "이런 차이로 인해 동서라인 간 선호도가 벌어져 동조화가 깨졌고,향후 두 지역의 집값 차별화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