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또다시 영국 정부에 으름장을 놓았다. 이번에는 고액 보너스 지급 등에 대한 규제를 걸고 넘어지며 본사를 홍콩으로 옮기겠다고 경고했다.

HSBC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스튜어트 걸리버 투자은행 책임자는 고액 보너스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유감을 표하며 "이렇게 되면 본사를 런던이 아닌 홍콩으로 '불가피하게' 옮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8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그는 내년 초 CEO에 오른다.

그는 영국 정부의 보너스 규제안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불이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이미 홍콩과 브라질,인도 등의 최상위급 인재 15명이 퇴사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영국 정부는 영국에서 영업하는 은행들이 임원에게 지급하는 보너스가 2만5000파운드(약 4500만원)를 넘을 경우 전체 보너스의 50%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걸리버 책임자는 지난 9월에도 "영국 정부가 투자은행 부문과 소매금융 부문을 분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본사 이전을 한 차례 경고했다. 올해 말 사임하는 마이클 게이건 현 CEO는 이미 지난 2월 자신의 사무실을 런던에서 홍콩으로 이전해 버렸다.

은행들은 과거 영국의 금융산업 활성화 방침에 따라 각종 규제 영역에서 이점을 누려왔지만 최근 연립정권 출범 이후 세금이나 규제 등이 강화되자 본사를 런던에 둘 필요가 없다며 불만을 품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