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차값의 최대 65%까지를 당장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유예 할부 프로그램을 내놓고 대대적인 판매 확대에 나섰다.

BMW 폭스바겐 미쓰비시 등 수입차들이 주로 활용하던 금융 마케팅을 GM대우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등에 이어 국내 최대 메이커인 현대차까지 들고 나오면서 연말 자동차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차는 올 10월까지 해외판매에서의 호조세와 달리 내수 판매에선 작년 동기 실적을 밑돌 만큼 부진해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8일 쏘나타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 등 4개 차종에 대해 고객이 20~35%의 선수금을 납입하면 최대 65%의 차값을 3년 동안 유예해주는 특별 할부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유예율을 종전(55%)보다 10%포인트 높이면서 할부이자는 연 7.95%에서 7.65%로 낮췄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차를 살 경우 2547만원짜리 쏘나타 2.0 프리미어는 선수금 764만1000원에 더해 36개월 동안 매달 14만6000원을 내면 된다. 3497만원짜리 그랜저 2.7 프리미어는 선수금 1049만1000원을 낸 뒤 매달 19만9500원이면 내차로 만들 수 있다. 유예금은 3년 뒤 일시 상환하거나 재할부 처리하면 된다. 소비자로선 현대차의 중고차 잔존가치율이 70% 안팎에 달하는 만큼 타던 차를 팔아 유예금을 갚은 뒤 다른 차를 살 수도 있다.

현대차는 클릭 베르나 엑센트 아반떼 등 중소형차에 대해서는 차값의 125%까지 빌려주는 프로그램도 내놨다. 구매 의욕은 높으나 자금력이 낮은 20~30대 젊은층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다. 이를 이용하면 별도 선수금 없이 계약금 10만원만 있으면 내차를 사고 취득 · 등록세 및 보험료까지 해결할 수 있다. 대형 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종에 대해 고객이 18개월 할부기간 동안 매달 이자(기본 금리 7.95%)만 내면서 차값은 자유롭게 상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이 중 쏘나타와 그랜저,싼타페에는 5.4%의 저금리가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거의 모든 승용차에 대해 새로운 할부금융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연말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현대차의 내수 판매는 53만9125대로 전년 동기(55만7607대)에 비해 2만대 가까이 적다. 이대로 가면 승승장구 중인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 판매와 달리 내수시장에선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반면 K5 K7 등 신차 효과에 힘입은 기아자동차는 10월까지 이미 39만5247대를 판매해 전년 전체 판매량(41만2752대)에 근접해가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말 내수판매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에 드라이브가 걸렸다"며 "특별 할부를 통해 쏘나타 제네시스 등 고품격 세단을 원하는 중 · 장년 고객은 물론 클릭과 엑센트,아반떼 등의 실수요 고객인 20~30대 젊은층까지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GM대우는 준중형 라세티 프리미어와 대형 알페온을 대상으로 3년 뒤 중고차 가격을 보장해 주는 최대가치 보장할부를 도입했다. 고객이 구매 즉시 차값의 55%와 50%를 중고차 가격으로 보장받기 때문에 일반 할부 때보다 매달 절반 이상 비용부담을 덜 수 있다. 쌍용차도 인기 차종인 체어맨을 석 달간 공짜로 이용하고 다음 달부터 리스료를 납부하는 프로그램 등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업체인 현대차까지 내수판매를 늘리기 위해 파격적인 유예 할부 프로그램을 들고나온 만큼 국산차와 수입차 간,그리고 국산차 간 연말 판매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