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 재개발조합 설립동의서를 '백지' 상태로 받았더라도 조합설립인가 신청 때 공란을 채워 제출했다면 조합 인가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이번 판결로 관련 소송이 걸려 있는 조합의 상당수가 승소 발판을 마련해 사업 추진이 원활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대법원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서울 월계동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사업에 동의하지 않은 토지 소유자 8명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합 설립시 동의서에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을 적어 넣는 항목이 공란이었다 해도 행정청에 제출한 조합설립동의서에는 공란이 채워진 이상 조합설립인가 처분은 유효하다"며 "백지동의서 상태에서 조합원 동의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조합설립 동의를 무효로 본 원심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월계동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사업구역 내 토지 · 건축물 소유자 309명 중 237명의 설립 동의를 얻어 2006년 노원구청장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다. 설립 동의를 받을 때 동의서에는 건축물 철거 · 신축비용 항목을 비워둔 상태였으며,이후 조합이 일괄적으로 공란에 비용을 기재해 동의서를 제출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범현 변호사는 "공란 상태로 일선구청에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했거나 주요 내용이 위 · 변조된 상태에서 인가가 났다면 무효"라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