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6000억달러를 추가로 푸는 '2차 양적완화'를 단행한 이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G20 재무차관들은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모여 G20 서울 정상회의 코뮈니케(공동선언문) 작성을 위한 사전 협의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왕쥔 중국 재정부 부부장과 외르크 아스무센 독일 재무차관,이가라시 후미히코 일본 재무차관 등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지난달 23일 경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 문제와 관련해 합의한 원칙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진국(기축통화국 포함)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을 경계한다'는 G20 회원국들의 경주 합의를 미국이 깼다는 것이다.

외신들도 이날 "G20 서울 정상회의가 미국의 양적완화를 둘러싼 격전장이 될 것"이라고 잇따라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를 빌미로 각국의 불만이 서울 정상회의에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도 "경주 회의에서 경상수지 관리제를 제안하며 논의를 공격적으로 주도한 미국이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는 수세에 몰리고 있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이슈에 다른 핵심 의제들이 묻히지 않을까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전쟁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이 나올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8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등장한 변동환율 시스템을 보완할 새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주요 경제대국이 향후 환율 가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다시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새로운 시스템은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위안을 포함시켜야 하며 금을 가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