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이트클럽과 장례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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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산업과 가장 유사한 업종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병원 경영에 대한 강의를 할 때 내가 항상 청중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병원 산업의 특징을 잘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 사장단을 모아 놓고 강의할 때 '백화점업은 무슨 산업입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유통업이라고 말했지만 이 회장은 부동산업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유통업이 맞지만 본질적 부가가치는 부동산의 원리에 따른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계를 만드는 것은 무슨 업이냐'라고 물으면 제조업이 아니고 패션사업이라 답해야 맞다. 초정밀 시계라는 이유로만 억대를 호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병원은 의료업이 분명하지만 가장 유사한 업종은 호텔업이다. 기본적으로 인프라산업이면서 서비스업의 특징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다. 특히 병원은 항상 수백,수천명의 환자와 보호자,직원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호텔 같은 병원'이 경쟁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아예 병원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a hotel with medical services)'이어야 한다. 의료관광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이 자신들을 소개하는 카피로 뽑은 문장이다.
호텔 사장들을 만나면 자신들은 객실을 판다고 한다. 병원도 규모를 이야기할 때 중요한 기준은 병상 수이고,병원 경영의 효율성도 병상 가동률과 회전율에 좌우된다. 일시적으로 환자가 줄었다고 병실에 난방을 멈출 수 없고 간호사 수를 줄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정해져 있고 오로지 수량만을 통제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병원들은 병상을 늘리는 등 공급 증대에 매달리게 된다. 규모의 경제만이 생산성을 높이는 유일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에서도 객장의 커피숍과 음식점 등 투숙하지 않는 고객의 부가가치가 수익을 좌우한다고 한다. 대형 병원 역시 외래환자 없이 입원환자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검사와 고가 진료 역시 외래에서 이뤄진다.
호텔의 컨벤션센터는 종합검진센터에 해당한다. 특성화에 따른 제3의 부가가치 창출 영역이다. 그러면 호텔에 딸린 나이트클럽은?그것은 장례식장에 해당한다. 전혀 엉뚱하지만 가장 확실한 캐시카우다. 장례식장과 주차장 수입 말고는 확실한 이익구조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병원의 입장에선 현재의 수가(酬價) 구조가 야속하기만 하다.
물론 호텔과 병원업은 확실히 다르다. 편리함,친절함,안락한 서비스에서 병원의 본질적인 핵심 가치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의료의 본질에 충실한 진료의 결과가 궁극적인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의료기술의 정확성과 고도의 숙련성을 구비하는 것도 어려운데 호텔업에서 요구되는 정도의 고객만족도를 충분 조건으로 가져야 하는 병원계는 어려움이 많다. 치열한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는 '환자 중심의 경영 패러다임'을 제대로 완성하는 병원이 될 것이다.
이왕준 <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lovehospital@korea.com >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 사장단을 모아 놓고 강의할 때 '백화점업은 무슨 산업입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유통업이라고 말했지만 이 회장은 부동산업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유통업이 맞지만 본질적 부가가치는 부동산의 원리에 따른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계를 만드는 것은 무슨 업이냐'라고 물으면 제조업이 아니고 패션사업이라 답해야 맞다. 초정밀 시계라는 이유로만 억대를 호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병원은 의료업이 분명하지만 가장 유사한 업종은 호텔업이다. 기본적으로 인프라산업이면서 서비스업의 특징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다. 특히 병원은 항상 수백,수천명의 환자와 보호자,직원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호텔 같은 병원'이 경쟁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아예 병원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a hotel with medical services)'이어야 한다. 의료관광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이 자신들을 소개하는 카피로 뽑은 문장이다.
호텔 사장들을 만나면 자신들은 객실을 판다고 한다. 병원도 규모를 이야기할 때 중요한 기준은 병상 수이고,병원 경영의 효율성도 병상 가동률과 회전율에 좌우된다. 일시적으로 환자가 줄었다고 병실에 난방을 멈출 수 없고 간호사 수를 줄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정해져 있고 오로지 수량만을 통제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병원들은 병상을 늘리는 등 공급 증대에 매달리게 된다. 규모의 경제만이 생산성을 높이는 유일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텔에서도 객장의 커피숍과 음식점 등 투숙하지 않는 고객의 부가가치가 수익을 좌우한다고 한다. 대형 병원 역시 외래환자 없이 입원환자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검사와 고가 진료 역시 외래에서 이뤄진다.
호텔의 컨벤션센터는 종합검진센터에 해당한다. 특성화에 따른 제3의 부가가치 창출 영역이다. 그러면 호텔에 딸린 나이트클럽은?그것은 장례식장에 해당한다. 전혀 엉뚱하지만 가장 확실한 캐시카우다. 장례식장과 주차장 수입 말고는 확실한 이익구조가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병원의 입장에선 현재의 수가(酬價) 구조가 야속하기만 하다.
물론 호텔과 병원업은 확실히 다르다. 편리함,친절함,안락한 서비스에서 병원의 본질적인 핵심 가치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의료의 본질에 충실한 진료의 결과가 궁극적인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의료기술의 정확성과 고도의 숙련성을 구비하는 것도 어려운데 호텔업에서 요구되는 정도의 고객만족도를 충분 조건으로 가져야 하는 병원계는 어려움이 많다. 치열한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는 '환자 중심의 경영 패러다임'을 제대로 완성하는 병원이 될 것이다.
이왕준 <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lovehospital@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