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호세 카레라스(64)의 공연장에서는 에어컨을 이용할 수 없다. 그의 악기인 성대를 지키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 내한공연에서도 냉방 시설이 가동되지 않았다. 관객들은 땀을 흘리면서도 백혈병을 이겨낸 그의 노래에 갈채를 보냈다.

"저는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을 피하고 휴식을 충분히 취하죠.제 주위의 모든 것들이 건강한 삶과 직결되도록 합니다. "

오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호세 카레라스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8세에 이미 세계 4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빈 국립오페라극장,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극장,밀라노 라스칼라극장,런던 로열하우스 무대에 선 그는 루치아노 파바로티,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꼽혔다.

그는 대표적인 지한파 성악가이기도 하다. 1979년부터 10여 차례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에는 한국 가곡 '목련화'를 경희대에서 부르기도 했다.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공연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목련화'를 프로그램에서 빼긴 했지만 그의 한국 사랑은 각별하다.

"사실 한국어는 유럽인이 배우기 매우 어려운 언어예요. 저는 어중간하게 언어를 이해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한국어를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조만간 한국 가곡도 완벽하게 부르고 싶어요. "

이번 공연에서는 토스티의 '최후의 노래',카르딜로의 '무정한 마음',가르델의 '멀리 있는 나의 조국' 등을 부른다. 소프라노 강혜정씨와 듀엣 무대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에서는 제가 가장 즐길 수 있는 노래를 불러요. 그래야 관객도 즐겁게 들을 수 있거든요. "

그는 이번에도 백혈병 환자들을 만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세계 정상급 테너로 활동하던 1987년 그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선고를 받고 골수이식 수술 등 힘든 치료 과정을 견디며 병을 이겨냈다. 1988년에는 스페인 미국 스위스 독일 등에 지사를 두고 있는 '호세 카레라스 국제백혈병재단'을 설립해 거의 전 재산을 쏟아부으며 백혈병 퇴치에 열정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경희의료원 어린이병원학교를 방문해 백혈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올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백혈병 병원인 강남성모병원을 찾아 환자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는 "콘서트 형식이 아닌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고 여러 조건을 따져보는 중"이라며 "내년에 특별한 연주회 일정은 없지만 지금과 같이 계속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02)541-2512~3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