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 7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두달반 동안 100bp 정도 하락했던 주요 채권수익률이 10월 중순 이후 불과 3주 만에 60bp 가량 상승하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이는 G20 경주회의를 통해 정부의 자본규제 명분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경주회의에서는 각국이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지양하기로 합의해 금리 인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과도한 자본 유출입을 완화하기 위한 신흥국의 자본 규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다.최근에는 정부의 자본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지난 주 후반에도 2차 외환 공동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며 금리 상승 폭이 확대됐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현재 금리 수준은 가파른 금리 상승 이후 단기 되돌림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최근 금리 급등은 채권수익률이 저점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인식 속에 정책 불확실성으로 중장기물 매도를 통한 급격한 포트폴리오의 조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다.지난주부터 장기물의 약세가 제한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급한 매도는 어느 정도 정리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기술적인 되돌림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채권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자본 규제와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이 완화되지 않는 한 의미있는 강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이번 주요20개국(G20) 결과에 따라 자본 규제의 강도와 11월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정책 불확실성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정부의 자본규제 방안은 크게 △외국인 이자과세 부활 △외국은행 지점에 대한 선물환 거래 한도 축소 및 외화 유동성 규제 △은행의 비 예금 부채에 대한 은행세 부과 등이다.이중 가장 유력한 것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이자과세 부활이다.투자 만기와 투자 주체별로 차등을 둘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이르면 G20 정상회의 직후라도 한나라당 의원 입법 형태로 정부의 자본 규제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환율전쟁 종식을 위한 좀 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도출될 경우 11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그동안 한국은행이 줄곧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7월 이후 금리 동결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그러나 지난 G20 경주회의를 통해 극단으로 치닫던 환율전쟁이 선진국의 IMF(국제통화기금) 지분권 양도와 신흥국의 통화절상 용인의 형태로 실마리를 보이고 있으며,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자본 규제와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외국인의 추가 포지션 청산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으나 국내 기관의 적극적인 저가 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그동안 딜링 장세를 주도했던 증권사의 경우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일부 손실을 입은 곳도 있으며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거래 유인도 줄어들고 있다.

보험사와 연기금 등 장기 투자 기관은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만 금리 상승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결국 외국인이 규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서 추가 매도에 나설 경우 적극적인 저가 매수세의 부재로 인해 일시적으로 채권 수익률이 오버슈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가파른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현재 채권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자본 규제와 통화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다만 자본 규제 내용이 발표되고 11월 금통위를 지나고 나면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단기 되돌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이를 감안하면 채권수익률이 지난 1년 동안의 하락 추세를 마무리하고 상승 추세로 접어들고 있으나 11월 금통위 전후로는 단기 딜링의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유효할 전망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