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어제 10년 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세계 5대 기술강국 달성을 목표로 산업기술혁신비전 2020을 내놨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따라가는 자'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자'로 나가야 하고, 전 세계 어느 국가도 쉽게 모방하기 힘든 우리만의 가치를 창출하는 이른바 'the One'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방에서 창조로 산업발전 전략을 바꾸겠다는 얘기이지만 관건은 화려한 비전이 아니라 얼마나 그 방향으로 변화하고 실천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정부가 이번에 밝힌 비전은 솔직히 별로 새로울 게 없다. 과거에 수도 없이 강조됐던 것들을 재조합하거나 용어를 조금 손질한 것에 불과해 보인다. 답답한 것은 이제는 각론으로 들어가 변화를 서둘러야 할 판에 언제까지 거창한 비전 얘기만 반복하고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경부는 산업별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실천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비전 발표는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략 또한 마찬가지다. 지경부는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신기술의 거대 산업화'를 모두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 '융합' '글로벌 허브'도 강조했다. 한마디로 모든 분야, 모든 산업을 다 하겠다는 얘기인데 과연 이것이 'the One'전략과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과거의 성공방정식에 사로잡혀 미래를 향한 과감한 변화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새로운 융합,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서 우리는 지금 미국 등 선진국을 따라가기에 바쁘다. 정부는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의 신속한 움직임을 강조하지만 지금의 우리 법과 제도, 규제체계는 오히려 그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칸막이식 조직 문화, 당장 성과를 내놓지 않으면 안되는 연구시스템, 창조와 융합과는 거리가 먼 교육체제도 문제다. 어느나라도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독창성을 갖는 산업을 기대한다면 이런 것들부터 확실히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