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앤 볼'은 컵 안에 공을 숨기는 기초적인 마술인데 '돈 놓고 돈 먹기'로 알려지면서 마술은 모두 속임수이고 사기라는 선입견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죠.하지만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긍정적인 마음,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마술의 역할입니다. "

한국의 '데이비드 카퍼필드'로 통하는 스타 마술사 이은결씨(29)가 지난해 군대에서 제대한 후 첫 복귀 무대를 갖는다. 3년 만에 국내 무대에서 펼쳐지는 '더 일루션(The Illusion)'은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9일 이씨는 공연의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1부에서는 이씨가 14년간 마술사로 경험을 쌓아온 각종 트릭(속임수)과 기술을 집대성했다. 2부에선 지난해 그가 자원봉사를 다녀온 아프리카를 표현하는 등 기존 마술 퍼포먼스와 차별화했다.

"과거에는 철저하게 비밀로 보안을 유지하는 기술,그런 마술이 대세였지만 이젠 더 이상 비밀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오히려 간단한 마술이라도 휴머니즘을 담아내는 것,관객들에게 꿈과 행복 감동을 주는 마술을 하고 싶어 '매직 콘서트'라는 이름도 버렸습니다. 마술사는 틀에 박히지 않고 가능성을 끊임없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죠."

그는 새로운 마술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싶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마술사인 데이비드 카퍼필드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한 미국의 돈 웨인 연출가가 동석했다. 돈 웨인은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마술에만 신경을 썼다면 EG(은결)는 존재감이나 휴머니즘을 가미해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면모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씨는 국내에서 마술을 대중화시킨 주인공이다. 2001년 한국인 최초로 해외 마술대회(일본 UGM)에 출전해 1등을 차지하더니 이듬해 남아공에서 열린 챔피언십에서도 대상을 거머쥐었다. 2006년 국제마술대전(FISM)에선 아시아 최초로 제너럴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해외에서도 떠오르는 스타로 자리 잡았다. 이번 공연에는 14억원 상당의 마술도구와 최첨단 특수효과 등에 총 20억원을 투입했다.

그는 군 복무 중 구상한 마술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자신은 이미 머릿속에서 연습을 끝마쳤는데 현실 속에서 이것들을 구현하자니 정말 많은 스태프들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스크린이나 어떤 매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꿈과 환상을 체험하는 것이 마술의 가장 큰 매력이잖아요. 데이비드 카퍼필드와 라스베이거스를 뛰어넘는 한국형 마술쇼를 선보이는 것,그것이 제 사명입니다.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